화려한 외관, 거대한 규모의 USS 엔터프라이즈호,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주를 항해하는 이 함선의 함장은 근엄한 표정으로 대원들에게 출발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1등 항해사는 시동도 제대로 걸지 못하고, 안내방송을 맡은 막내 항해사는 하필 러시아 악센트가 강해서 발음을 알아듣기가 어렵다. 우주 평화를 지키려는 자와 이를 파괴하려는 자의 대결을 담은 영화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엉뚱하고 착한 SF'다. 극악무도한 인물도 없고, 작위적인 반전도 없는 대신 각각의 캐릭터들은 개성이 살아있고 주인공만 멋있는 역할을 독점하지도 않는다. 인류를 구원하는 주인공 제임스 커크 (크리스 파인)는 그가 좋아하는 여주인공 우후라 (조이 살디나)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주인공의 전형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자신의 라이벌인 스팍(잭커리 퀸토)이 우후라와 키스를 할 때도 그저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다. 악당 네로(에릭 바나) 역시 우주를 지배하겠다는 욕망 때문이 아니라 죽은 아내의 복수를 위해 우주를 파괴하려 한다고 말해 관객으로 하여금 연민을 일으키게 한다. 잔인하고 극단적인 설정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영화가 심심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착함' 때문에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게 스타트렉의 매력이기도 하다. 다음 달 7일 미국보다 하루 먼저 한국에서 개봉하는 '스타트렉:더 비기닝'은 1960년 TV시리즈로 시작해 11번째로 영화화된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3'의 J.J.에이브람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트랜스포머'의 컴퓨터 그래픽(CG)팀과 함께 우주의 모습을 생생하게 연출했다. 우주에서 지구로 하는 고공낙하, 행성을 한 방울의 물질로 만들어 버리는 블랙홀, 사막 같은 벌칸 행성과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델타 베가 행성 등 SF영화의 풍성한 볼거리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프린세스 다이어리2'의 완소남 크리스 파인이 엉뚱하고 귀여운 영웅 제임스 커크 역으로 호연했고, 인기 미국 드라마 '히어로즈'의 악역 사일러를 맡았던 잭커리 퀸토가 커크의 라이벌인 부함장 '스팍'으로 등장한다. 또, 영화 '트로이'의 에릭 바나가 우주를 파괴하려는 악역 '네로'로 변신한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