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존경하는 부산시민은 많다. 그 중에서 기업활동을 통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ㆍ기부를 많이 하는 분, 성실한 납세를 통해 나라살림에 기여하는 분을 특히 존경한다.
최근 정말 고마운 부산시민을 만났다. 부산 공간화랑의 신옥진 대표는 값진 미술품을 ‘소유하기’보다 ‘공유하기’에 앞장서온 기증문화의 선구자다. 그는 최근 30여년의 화상 생활 동안 독특한 안목과 발품으로 모은 귀한 미술품 313점을 부산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미술품의 가치를 평가할 줄 아는 컬렉터로서 그 소장품 하나하나가 신 선생에게는 정말 귀한 보물이었을 것이다.
부산은 이번 기증에 힘입어 국립현대미술관도 소장할 수 없는 국내외의 명작들을 알차게 확보했다.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며 감동을 얻을 때 예술작품의 가치는 무한히 커진다는 진리를 선생은 일찍이 알고 실천한 것이다.
나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최대한의 예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련한 것이 신 선생의 기념상으로 부산시립미술관 로비에 세우기로 했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신 선생은 정말 놀라운 결단을 또 내렸다. 아껴 보관하던 나머지 명품들을 마저 내놓은 것이다.
신 선생은 며칠 전 기념상 제막식에서 짐짓 원망(?)을 털어놓으면서 내내 행복한 표정이었다. 신 선생은 “허 시장의 정성과 열의에 걸려 이번에 ‘신옥진 컬렉션’이 거덜 났다”며 “기증의 쾌감과 생업의 부담이라는 팽팽한 긴장을 뚫고 ‘여생의 밑천’까지 깨끗이 내놓았다”고 말했다.
신 선생을 예우하고 난 뒤 부산에는 기증문화가 만개하고 있다. 며칠 전 조만규 선생이 고려도기와 조선백자 등 유물 73점을 기증했고, 부산시 무형문화재 도봉 김윤태 선생은 직접 빚은 다완 200점을 부산문화재단에 기증했다.
미술품 기증문화는 부산시민의 예술적 재산을 늘리며 ‘예술문화도시 부산’을 한층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그 분들의 통 큰 기증에 새삼 감사를 드린다. 이 팍팍한 시대에 값진 것을 나눠 갖는 마음 씀씀이, 주변에 온기와 희망을 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