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보고서 파문이 확산, 자동차업계간에 감정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기아자동차가 삼성자동차를 명예훼손혐의등으로 검찰에 고발한데 이어 자동차공업협회가 삼성의 공개사과와 94년 정부에 낸 각서이행을 촉구하면서 승용차사업 진입당시의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직원의 관리소홀로 문제가 확산된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업계가 니전투구 양상을 빚자 정부는 각서이행을 꾸준히 점검해 왔고 계속 점검할 것이나 현재로서는 개입 조정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국가 주력 산업이자 수출 주종 산업인 자동차업계가 공동으로 경쟁력 강화와 수출시장 확보에 나서도 외국 업계와의 경쟁이 어려운 판에 소모적인 「집안 싸움」만 벌이고 있으니 국민들은 우려의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위기에 놓여 있다. 위기의 원천은 과잉 중복투자에 있다. 불황의 장기화로 구조적인 문제가 노출된 것이다. 내수부진에 수출부진이 겹쳐왔다. 채산성이 악화되었다. 경쟁력이 취약하다보니 엔화의 강약에 따라 춤추는 꼴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우리에겐 희망적이지 못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 세계 자동차 회사는 경쟁력있는 7∼8개만 살아남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그 대열에 우리 업체는 잘해야 1∼2개 낄 수 있을까 말까 하다는 전망이다. 자동차왕국 미국이나 일본이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전망을 바탕으로한 것이다.
이런 예측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고 우리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삼성이 무리하게 승용차 산업에 뛰어 들었다. 그로인해서 중복 과잉투자가 심화 되었으며 기존 업체를 자극, 시설확장·해외투자를 부추겼다.
이같은 전망으로 보아 삼성이 구조조정론을 들고 나온 것은 아무래도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중복 과잉투자의 원인을 제공했고 구조조정 불가피론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우리 자동차 산업이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그 구조조정은 후발업체인 삼성이 시작해야 할 일이다. 스스로 부담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정부의 책임도 크다. 과잉중복투자와 이에 따른 부작용이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신규 진출을 허용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자동차 전쟁과 구조조정 필요성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국내 업체끼리의 경쟁도 경쟁이지만 외국 업체와의 경쟁이 더 큰 과제다. 서로 상처내는 진흙탕 싸움에 시간을 빼앗길 때가 아니라 세계시장을 상대로한 경쟁력 강화에 공동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