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세계적으로 가장 잘하는 오케스트라는 톱 10 수준에 못 미칩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특유의 근성이 있어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어 정체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매일 매일 전진하면 됩니다. 이번 유럽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더욱 성숙하고 발전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 정명훈(57ㆍ사진)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27일 오후 예술감독실에서 기자와 만나 오는 8월 19~27일로 예정된 유럽 순회 공연에 나서는 소감을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순회 공연에서 서울시향은 에든버러국제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받아 참가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서 깊은 브레멘음악축제에서 개막 무대(8월24일)를 장식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르트허바우ㆍ빈 필하모닉ㆍ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ㆍ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ㆍ파리 오케스트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무대에 오른다. 특히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와는 암스테르담 로베코 서머 콘서트(8월19일ㆍ네덜란드)ㆍ그라페네크음악축제(8월21일ㆍ오스트리아)ㆍ브레멘음악축제(8월27일ㆍ독일) 등 세 번의 페스티벌 무대를 함께 장식할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투어에 처음 나섰던 지난 해와 비교해 올해 달라진 점을 물었다. “지난 해에는 모든 게 처음이었습니다. 유럽 측의 초청을 받아 그렇게 유서 깊고 큰 무대에 선 것도 처음이고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유럽 관객 앞에서 연주한 것도 단원들에게는 첫 경험이었지요. 하지만 지난 해 경험을 통해 서울시향은 훨씬 성숙했습니다. 특히 투어를 하면 같은 곡을 여러 차례 연주할 수 있고 각 콘서트홀이 지닌 다른 음향적 특성을 통해 단원들이 '듣는 귀'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올해 서울시향에는 두 가지 낭보가 전해졌다. 국내 클래식 사상 처음으로 에든버러국제페스티벌에 공식 초청 받은 데다 세계 최대의 메이저 음반회사인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정식 음반을 발매하게 됐다. 정 예술감독은 “세계 오케스트라 수준을 4단계로 구분할 때 예전의 서울시립교향악단은 가장 낮은 ‘레벨 4’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 해 성공적인 유럽 투어를 마치고 ‘레벨 2’에 진입했고 올해 또 한 번의 유럽 순회 공연을 마치면 ‘레벨 2’ 중에서도 상위권에 들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번 유럽 투어의 연주 프로그램으로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6번 '비창'과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자주 연주되는 곡을 선정했다. 그 이유에 대한 그의 답변은 명료했다. “일반적인 레퍼토리가 연주하기 어려운 이유는 수많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이미 많은 음반을 남겼기 때문에 청중들도 그 곡을 너무 잘 알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른 오케스트라와 비교될 수 밖에 없지요. 이번에 그런 레퍼토리를 선정한 이유도 비교받는데 대한 서울시향의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케스트라가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해서는 도전이 필요해요. 그런 면에서 이번 유럽 투어는 도전적인 자리가 될 것입니다." 정명훈과 서울시향은 유럽 투어에 앞서 오는 8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프리뷰 공연을 갖고 투어 레퍼토리인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을 국내 관객들에게 먼저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