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가 실적 부진에 빠지고 중·소형주도 거품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음식료주가 증시의 새로운 주도주로 자리 잡고 있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유가증권시장 음식료품 업종 시가총액은 43조8,137억원으로 작년 말(29조2,912억원)보다 49.5%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만 음식료품 업종 시가총액이 14조원 넘게 불어난 것이다. 이는 유가증권시장의 22개 업종지수 중 상반기 증시를 주도했던 의약품 업종 지수(79.2%)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이다.
최근 들어 상승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음식료품 업종 지수는 지난 31일부터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 올랐다. 전날에는 3.94% 뛰어오르며 전체 업종 중 상승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크라운제과가 계열사인 해태제과의 히트상품 ‘허니버터칩’의 인기 등에 힘입어 369.7%나 올랐다. 오뚜기는 지난해 말 48만6,000원에서 전날 128만6,000원까지 오르며 새로운 ‘황제주’로 자리매김했다. 이밖에 서울식품, 삼립식품, 조흥, 샘표식품, 보해양조, CJ씨푸드, 사조대림 등이 모두 두 배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대형 수출주가 부진한 실적으로 연일 비틀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바이오주 를 비롯한 중·소형주가 거품 논란으로 조정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서 음식료주가 투자 대안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양해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음식료 업종은 큰 성장세를 보이지 않는 대신 이익 패턴이 매우 안정적”이라며 “이익이 크게 깨질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 꾸준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경기 기대감이 낮아진 국면이라는 점에서 내수 비중이 높은 음식료 업종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HMR(가정 간편식) 등 가격 및 편의성을 중요시하는 1인 가구의 증가, ‘허니버터칩’과 ‘짜왕’, ‘처음처럼 순하리’ 등 히트 신제품의 잇따른 등장도 음식료주 주가를 밀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음식료 업종 투자 시에는 원재료인 곡물 가격과 수입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환율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양해정 연구원은 “음식료 업종은 원자재를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에 민감하다”며 “환율과 곡물가격에 큰 변화가 없다면 당분간 증시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