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미 증시 급등에도 불구하고 트리플위칭데이(선물ㆍ옵션ㆍ주식옵션 동시만기일)에 대한 부담과 모멘텀 부재로 조정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곧 다시 상승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주가 다시 장을 주도하면서 내년에는 국내 증시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경기 회복 추세와 금리 인상 등의 여건 변화를 볼 때 외국인에 의해 주가가 오르던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전환될 것이란 분석이다.
9일 종합주가지수는 미 증시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매도세로 전환하면서 전일보다 2.55포인트 오른 787.35포인트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프로그램 매수세가 가세했지만 상승 폭이 크지 않은 것은 외국인 매도전환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트리플위칭데이가 지나면 인텔 실적발표 영향으로 약세를 보인 기술주들의 이익모멘텀이 부각되면서 강세흐름을 타고 지수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이전전망=삼성증권은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 장세는 실적장세로의 도약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라고 진단했다.
삼성증권은 그 근거로
▲성장률이 저점을 통과하고
▲실세금리가 상승하고 있으며
▲주가가 저점 대비 60% 상승하면서 단순 가격메리트가 희석된 반면 이익 모멘텀이 회복되고 있고
▲글로벌 잉여 유동성이 줄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93년 이후 세 차례의 경기순환 과정에서 증시는 유동성과 실적장세의 두 단계 과정을 거쳤다”며 “경기 회복세와 금리 상승세 등을 감안할 때 현 장세는 실적장세로 이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오 연구위원은 “4ㆍ4분기 기업의 수익성 개선 전망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매도 우위로 일관하던 국내 투자자들도 매수로 선회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적장세는 IT주가 이끈다=전문가들은 지난 상승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IT주가 다시 부각되며 증시를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은 기업들의 실적 개선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IT투자가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미국 IT기업은 물론 국내 IT기업의 이익 및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3ㆍ4분기 미국 기업의 IT투자는 2개월 연속 증가해 전분기 대비 18.4% 늘었다.
손범규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과거 경험으로 볼 때 미국의 IT투자 재개는 필연적으로 미국 기술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의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가져왔다”며 “현재 11~12배 수준(거래소)인 국내 기술주의 PER도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기술주, 중국 모멘텀주 등 부각=전문가들은 미국의 IT투자가 늘어나 기술주들의 성장성이 부각되면 국내 증시에서도 대형 기술주 및 턴어라운드 기술주에 다시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휴대폰과 플래시메모리 등에 힘입어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아남반도체와 하이닉스 등 나머지 반도체업체들도 턴어라운드주로 주목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 한진해운, 대우종합기계 등 그동안 중국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강세를 보인 종목들과 우리금융, 한미은행, 삼성화재 등 개인 투자자 시각 선회 및 자산재분배 등과 관련한 종목들이 실적장의 주도주로 떠오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