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깊어진 경기부진의 골에서 벗어나려면 재정을 좀 더 풀고 저금리를 유지해 내수를 되살려야 한다는 경제전문가들의 압도적인 의견이 나왔다. 거시정책의 투트랙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각각 하반기에는 소규모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금리를 인하ㆍ동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감세를 통한 투자 진작론도 제기됐다.
서울경제신문이 24~25일 산업계와 학계·연구기관 등에 종사하는 경제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정부가 준비 중인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과 관련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의견이 모였다. 기재부는 오는 7월 중순께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의 70%는 현재 경기상황과 하반기 내수전망에 대해 각각 '나쁘다(다소 나쁨 60%, 매우 나쁨 10%)' '내수부진 지속'이라는 부정적 응답을 내놓았다. 하반기부터 국내 경기가 어떻게 흐를지에 대해서는 개선되더라도 매우 늦고 완만하다는 의미의 '나이키형' 곡선(응답률 52%) 모양을 꼽거나 아예 장기 저성장을 의미하는 'L자형' 곡선(24%) 모형이라고 내다본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설문 응답자의 72%는 정부가 하반기에 추경을 편성(소규모 64%, 대규모 8%)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국가재정에 무리를 주는 대규모 추경보다는 소규모 추경을 권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하반기 기준금리에 대해서도 경제전문가 10명 중 약 7명꼴로 내수진작을 위해 인하(40%)가 필요하다거나 동결(32%)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금리를 올리더라도 내년 이후에 실행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14%에 달해 이들 역시 간접적으로는 연내 금리동결에 힘을 실어줬다.
전문가들은 또 하반기 경제성장을 다지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복수응답으로 꼽아달라는 주문에 대해 △투자규제 해소(60%) △부동산 거래 활성화(44%) △기업ㆍ투자자 감세(30%) 등을 꼽았다. 반면 고환율정책(8%) 등을 꼽은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부동산 거래를 살리기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풀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각각 52%대 48%로 팽팽하게 맞섰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