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최고위급 회담' 열어 돌파구 찾을듯

쇠고기이어 반덤핑까지…FTA 추진 동력 손상
TPA따른 내년 3월까지 협상시한 연장론도 제기
한국, 무역구제 연계해 車등 협상 거부 힘들듯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한국의 이해관계가 가장 크게 걸린 무역구제와 관련, 우리 측의 5대 요구사항에 미측이 ‘수용 거부’ 입장을 피력함에 따라 한미 FTA 추진 동력이 큰 손상을 입게 됐다. 뼛조각 검출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좌초돼 한미간 통상마찰 조짐마저 보이는 상황에서 무역구제까지 진전이 없어 내년 3월을 목표로 출항했던 ‘한미 FTA 호(號)’가 자초하거나 항해를 상당 기간 연장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위기에 빠진 협상을 구원하기 위한 양국 행정부의 최고위급 관료간 물밑협상 및 만남이 활발해지며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설상가상으로 협상 덮친 ‘반덤핑 문제’=수입으로 인한 자국 산업의 피해를 보호하는 ‘무역구제’의 한 방편으로 미측이 그동안 한국 기업에 반덤핑 제재를 많이 가해 한미 FTA 협상 초기부터 반덤핑 문제는 우리 측 주요 관심사였다. 반면 미측 역시 반덤핑 제재 등 무역구제 관련법 수정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당초 14개 요구사항을 5개로 대폭 줄여 수정안을 우리 측이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거부한 것은 미 행정부가 무역구제 관련법 개정에 매우 보수적인 의회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측이 무역구제에서 선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뼛조각 검출로 잇따라 불발돼 한미 FTA 협상을 경색 국면으로 몰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구제 마저 진전이 없게 돼 협상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쇠고기 수렁에 빠진 FTA 협상을 미측이 무역구제에서 성의를 보이면 자동차ㆍ의약품 등에서 일부 양보하며 살려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되며 협상은 더욱 꼬이게 됐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쇠고기 검역 문제에 이어 무역구제에서도 진전이 없게 돼 한미 FTA 협상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최고위급 회담 돌파구 될까=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에 따라 협상 시한이 내년 3월까지이기 때문에 한미 양측은 시간과의 싸움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난제는 쌓여 있어 곳곳에서 협상연장론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양국 통상의 수장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공히 재임 중 뚜렷한 성과가 없어 ‘한미 FTA 협상만은 타결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따라서 남은 기간 동안 고위급 회담을 별도로 열어가며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외교통상부 고위관계자는 “양국의 장관급 이상 관료가 협상 막판에 나서 주요 의제를 주고 받으며 협상 타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측 입장에서는 무역구제 관련 요구사항을 거부한 미측에 상응하는 압박을 해야 하지만 이럴 경우 내년 1월의 6차 협상마저 파행으로 치닫고 고위급 회담으로 연결될 고리마저 놓칠 수 있다는 점이 걸린다. 이에 따라 우리 측이 계속 무역구제와 연계해 자동차ㆍ의약품 등 주요 협상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현재로서는 FTA 협상에 동력을 불어넣어줄 카드가 마땅치 않다”면서 “검역 문제로 불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서 양국이 지혜를 발휘해 FTA 협상에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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