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자본시장조사단, 업무 중복에 갈등 고조

자조단, 금감원 전담 회계분야까지 조사 나서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산하 자본시장조사단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자본시장조사단은 주가조작 근절을 위해 지난 2013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된 기구로 그동안 금감원 자본시장국 등 유사기관과 업무가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최근 금감원이 전담하던 회계 분야까지 조사에 나서면서 업무 충돌 또는 중복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자본시장조사단은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한신공영이 회계장부를 조작해 회사채 발행 금리를 낮춘 혐의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한신공영은 지난해 9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사업보고서에 오류가 있었다며 자진 실적 정정공시를 낸 바 있다. 새로 감사인이 된 삼일회계법인의 지적에 따라 이 회사가 짓는 경기 안산의 전문공구유통상가를 '도급사업장(공사를 해주고 대금을 받는 사업)'에서 '자체사업장시공사가 사업 주체가 되는 사업)'으로 인식해 다시 회계 처리한 여파였다. 이로 인해 2012년을 제외한 4개년도 실적이 흑자에서 적자로 바뀌었다.

자본시장조사단은 한신공영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약 4,000억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고의로 회계장부를 조작해 회사채 발행금리를 낮추려고 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그동안 주로 주가 조작 관련 불공정 거래를 적발해왔던 자본시장조사단이 회계 영역으로 업무를 확대한 셈이다.

문제는 금감원 회계감독국이 지난해 9월 한신공영이 실적 정정공시를 낸 후 현재까지 분식회계 여부를 조사해왔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한신공영을 대상으로 곧 감리를 진행할 예정인데 자본시장조사단이 금감원과 특별한 사전 협의 없이 한신공영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것에 대해 당황하는 모습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시장조사단은 자본시장법 178조 '증권을 모집·매출할 때 중요사항을 거짓 기재해 재산상의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에 따라 한신공영을 조사하는 것이고 금감원은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분식회계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라 엄밀히 말하면 조사 대상이 다르다"며 "다만 동일한 기업을 대상으로 금감원과 자본시장조사단이 동시에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충돌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도 "자본시장조사단이 회계까지 업무 영역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향후 금감원과 갈등을 키울 수 있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자본시장조사단이 2013년 출범한 이후 금감원과의 업무 영역 중복 논란이 계속돼왔다. 주가 조작 세력을 적발하기 위해 이 조사단이 설립됐지만 기존에 금감원 자본시장국이나 특별조사국이 하던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그동안 자본시장조사단이 해온 업무가 금감원자본시장조사국이 하던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고 금감원이 상당 부분 업무 지원을 하는데도 자본시장조사단의 성과로만 언론에 홍보가 돼 내부 불만이 많다"며 "여기에 금감원 자본시장국이 자본시장조사단의 하위기관으로 비쳐지는 듯 해 사기가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자본시장조사단이 업무 영역을 계속 확대할 경우 금감원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자본시장조사단은 앞서 지난해 출범 1주년을 맞아 알고리즘 매매 등 신종 기법을 활용한 주가 조작 세력에 대해 기획조사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것도 기존에 금감원이 하던 업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시로 불공정거래를 적발하는 자본시장조사단이 설립되면서 시장이 정화되는 효과가 있었지만 금감원과 불필요한 업무 경쟁을 벌이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며 "자본시장조사단이 자신만의 특화된 업무영역이나 정체성을 찾아야 논란이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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