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한국이… 돈은 일본이… 부품ㆍ소재산업 원천기술 개발 소홀 '메이드 인 코리아' 핵심부품은 수입품 작년 對日 무역역조 190억弗 "사상최고"
입력 2004.06.03 16:01:01수정
2004.06.03 16:01:01
[재출항! 한국號 어디로] 허술한 산업구조
재주는 한국이… 돈은 일본이… 부품ㆍ소재산업 원천기술 개발 소홀'메이드 인 코리아' 핵심부품은 수입품작년 對日 무역역조 190억弗 "사상최고"
부품·소재 육성사업 변천史
日 부품.소재업체 한국 직상륙 러시
재출항! 한국號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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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장애물은 무엇일까. 대일 무역적자다. 지난 해 우리나라의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는 190억 3,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올 들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4월까지 이미 74억 6,000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3%가 늘어났다. 한일 국교수립 이후 40여년간 단 한 해도 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일 무역적자의 심화는 핵심 부품ㆍ소재를 일본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일FTA 체결 후 단기적으로 대일 무역적자는 연간 최대 61억 달러나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산업구조를 ‘재주는 한국이 넘고 돈은 일본이 챙기는 꼴’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본이 이런 구조를 강요한 것은 아니다. 성장 드라이브 정책의 결과다.
그 동안 우리 정부나 일반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수출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흑자를 얼마나 기록했는지 였다. 수출액만 많으면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수출의 내용은 후순위 였다.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많은 제품을 만들어 빨리 팔려고 했고, 필요한 기술과 부품은 수입산으로 채웠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고, 다양한 부품소재를 구비하고 있던 일본이 최대의 수입시장으로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핵심부품 기술력은 아직 초보 =
부품ㆍ소재산업은 성장과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있다. 지난 해의 경우 전자부품, 화학소재, 자동차부품 등의 수출액은 805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41.5%를 차지했고, 무역흑자는 62억 달러로 전체의 41.6%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는 외적 상황이고 실제로는 원천기술의 부족으로 핵심 부품ㆍ소재의 절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선진국 기술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한국의 ▦정밀기기부품의 기술수준은 60 ▦반도체 66 ▦자동차부품은 50에 불과하다. 한국의 최대 수출상품인 휴대폰의 경우 절반이 수입부품이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는 각각 82%, 91%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한국의 기술수출은 6억 4,000만 달러인데 반해 기술수입은 무려 27억 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 연 2조원 정도의 특허료를 해외에 지불하고 있다.
부품ㆍ소재산업의 대외 의존도 심화는 외화가득률 및 성장기여율의 저하 등을 초래하면서 수출증대가 내수활성화와 고용창출로 연결되지 않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대형ㆍ전문화는 아직 요원 =
규모의 경제 개념은 부품소재 분야에서도 들어 맞는다. 그 동안 우리나라 부품ㆍ소재는 중소기업의 고유분야로 묶어 대기업의 참여가 제한돼 왔다. 현재 50인 이하 소규모 기업이 전체 부품소재기업의 89.5%를 차지하는 등 대형화ㆍ전문화 된 부품기업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국내 전체의 자동차부품 매출규모는 284억달러에 불과, 미국 델파이 한 회사(291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중소기업은 수요 대기업과의 단독거래 비율이 높아 독자 연구개발의 필요성도 적었다. 일례로 자동차부품업체의 모기업 단독거래 비율은 일본(16.8%)의 세배가 넘는 58.3%나 된다.
규모의 영세성은 자체적인 연구개발 역량 부족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로 연결돼 악순환 하고 있다. 이러한 국산ㆍ부품의 신뢰성 부족은 완제품의 품질ㆍ브랜드 가치 저하로 직결돼 수요기업의 사용기피의 주요요인 됐다. 최근 산업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부품ㆍ소재기업의 최대애로사항(52.6%)는 수요 기업의 국산품 기피였다.
이덕근 부품소재통합연구단 소장은 “세계 산업구조가 완제품 중심에서 부품소재 중심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치밀한 계획아래 기술개발, 상품화, 시장개척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4-06-03 1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