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 방침과 달리 김형오 국회의장은 20일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 들려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김 의장은 이날 미디어법을 둘러싼 여야 간 극한 대치와 관련, "미디어법의 핵심은 방송법으로 여야 원내대표 회담이 열린다고 하니 진정성을 갖고 해결하면 된다"면서 "하지만 시간 끌기식이나 밀어붙이기식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여야 간 협상 실패시 중재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끝내 (협상이) 안 될 경우 그럴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여야 모두에 동등한 거리를 둔 스탠스로 이틀 전까지만 해도 직권상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사실상 여당 편을 들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전날까지만 해도 "미디어법의 관건은 조ㆍ중ㆍ동 보수언론을 (방송에) 어떻게 참여시키느냐 하는 것""이라며 여권의 속내를 솔직히 드러낸 바 있다. 김 의장은 이어 "국회의 본회의장 대치 모습도 꼴불견인데 이것도 모자라 단상을 점거하겠다고 티격태격하고 물리적 충돌까지 하려는 것은 목불인견"이라면서 "만약 단상을 점거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또 "방송법 해결의 요체는 기득권을 인정해주는 것"이라면서 "기득권을 인정한 뒤 새로운 세력이 방송에 들어올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이것이 기득권 세력과 새로운 진출세력 간 갈등을 푸는 핵심으로 시간을 끈다고 해서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