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국가 사업인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사업이 구축비만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룡 기업 간 합종연횡도 윤곽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KT-삼성, SK텔레콤-노키아, LG유플러스-에릭슨 등 3개 컨소시엄으로 최종 경쟁자가 좁혀질 것으로 본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난망 구축 시범사업을 앞두고 통신사와 제조사 간 합종연횡은 KT-삼성전자-삼성SDS, SK텔레콤-노키아-SK C&C, LG유플러스-에릭슨-LG CNS 등 3개 컨소시엄으로 압축되고 있다. 컨소시엄은 망 구축을 위한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운용을 위한 시스템통합(SI) 업체를 기본으로 구성된다. 국민안전처는 정보화 전략계획(ISP)에 적용했던 연 매출 8,000억원 이상 기업끼리 컨소시엄 구성 금지 규제를 이번 시범사업부터 풀기로 했다.
특히 KT의 경우 삼성전자와 손잡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KT가 지난해 10월 KT가 삼성전자와 함께 단말간 위치탐색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재난망 관련 협력 관계가 누구보다 돈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투자 여력과 경험에서 앞서 제조사 최대어로 꼽힌다.
A통신사 관계자는 "제조업체는 삼성과 하는 것이 확실히 유리한데 아무래도 KT가 앞서나가는 상황"이라며 "아직 확정은 안 된 만큼 협력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에릭슨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LG는 에릭슨과 합작해 설립한 에릭슨LG를 필두로 재난망 사업 수주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에 더해 모토로라까지 LG 컨소시엄에 발을 걸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경우 SK텔레콤이 손잡을 수 있는 대안은 노키아뿐이다.
재난망 사업에 공을 많이 들인 알카텔루슨스, 화웨이, ZTE 등 해외 업체는 컨소시엄 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알카텔루슨스는 국내에서 롱텀에볼루션(LTE) 망을 깐 경험이 없다는 게 치명적 약점으로 지적된다. 화웨이와 ZTE는 중국 업체인 만큼 국가 보안 문제 때문에 이들을 컨소시엄에 끌어들이고 싶어하는 국내 업체가 없는 상황이다.
B통신사 관계자는 "보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도 나라에서 꺼릴 만한 중국 업체를 굳이 안고 갈 회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KT-삼성 컨소시엄이 성사될 경우 실제 경쟁은 LG와 SK 컨소시엄이 남은 한 자리를 다투는 모양새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2개 컨소시엄을 채택하는 혼합형 분리발주가 유력하기 때문이다.
현재 재난망 사업은 국방부의 단말기 추가 요구로 구축비만 1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존 ISP에 따르면 재난망 구축에 필요한 단말기는 총 20여 만대인데 국방부가 후방 재난 지원부대가 몰린 제2작전사령부가 쓸 단말기 수요를 전혀 고려치 않았다며 단말기 5만 대를 추가 요구했다. 단말기 비용은 총 구축 사업비 9,241억원 가운데 40%를 차지하는 4,064억원이다. 국방부 요구를 모두 반영할 경우 700억~1,000억원에 가까운 추가 비용이 든다. 이러면 구축비만 1조원을 넘게 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완강하게 반대 의견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안전처는 오는 17일 이성호 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국실장과 함께 이 같은 문제를 조율하는 재난망 구축 추진협의회를 열 계획이다. 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