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 주민들 '남모르는 고민'

4월부터 누진제 적용
일반아파트의 3배나

서울 강남 모 주상복합 180㎥형 아파트에 사는 대기업 부장 조모씨(46)씨는 8월 전기세 고지서를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건물이 온통 유리창으로 도배된데다 40층이상에서는 창문을 최고 30도 이상 열지도 못해 에어컨을 자주 사용하는 조 부장은 평소 여름 전기세가 80만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4월부터 적용된 누진세 도입으로 120만원이나 물어야했기 때문이다.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인기주거수단으로 떠올라 3.3㎥당 가격이 대개 무려 4,000만~5,000만원대에 달하지만 올들어 입주민들은 급증한 전기세 부담때문에 남모르는 상당한 고민에 빠졌다.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전기세는 월 전력 사용량이 500kW을 기준으로 이전에는 월 17만원이었던 것이 4월부터는 누진요금이 적용돼 36만원으로 111%나 급증한다. 특히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공동 승강기, 공동 공조시스템 등 공용시설이 많아 같은 넓이의 아파트보다도 전기세가 1.5배 높은 것을 감안하면 이번 누진제 적용으로 주상복합의 전기세부담이 일반 아파트보다 최고 3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전기사용량이 과다한 주상복합의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공용설비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공용설비는 승강기, 냉난방기, 관리사무소 등 부대복리시설로서 최근 주상복합이 고층 첨단 시설로 지어지면서 복도별 환기시스템, 냉난방시스템, 지하주차장 환기·등기구 등으로 공용설비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여서 전기세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립대 이승일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초고층 주거건물이 중층 공동주택보다 냉ㆍ난방 연료 소비량이 높게 나타나는게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주상복합건물은 화재시 취약점이 큰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초고층건물에 사용되는 유리창은 어지간해서 잘 깨지지도 않고 환기도 잘 안돼 질식의 우려가 높은 탓에 인위적인 강제환기 시스템을 수시로 돌리지 않고서는 건물내 공기질을 유지할 수 없다. 이는 곧 전기세 급증의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다 또 애완동물이나 화분들이 잘 살지 못해 죽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권영진 호서대 소방학과 교수는 “초고층 주상복합건물들이 막대한 수직하중을 줄이기 위해 구조재료로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있지만 화재시 내화성능 면에서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며 안전성 검토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재난시 안전확보를 위해 피난층, 피난계단, 피난엘리베이터 등을 확보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씨는 “막상 살아보니 불편하게 한두가지 아니다”면서 “그나마 3~4년동안 집값이 40% 이상 올라 겨우 참고 있을 정도”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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