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칼럼/8월 3일] 조직 경영이 성공하려면

이종열 페이스(Pace)대 경영대학원석좌교수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부가 무능한지 유능한지를 판단하려면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 숫자가 줄었나 늘었나를 보면 된다. 이 잣대는 민간이나 공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일을 해야 할 필수인력 수와 보조 및 감독을 맡은 사람들의 숫자를 비교해보면 조직의 경영효율이 대충 파악된다. 대학에서도 무능한 총장일수록 실제 일하는 사람은 그대로 둔 채 대학 본부의 간부를 늘린다. 일을 할 때의 효율은 원래 하기로 한 일을 하는 데 드는 예산ㆍ시간을 그 일의 보조기능을 하는 데 드는 그것과 비교해 보면 명확한 계산이 나온다. 지난 1980년대 중반 미국 산업 전반에서 저생산성으로 일본과의 경쟁에서 밀릴 때 제너럴일렉트릭(GE)이 이 비율을 계산해보았는데 놀랄만한 결과가 나왔다. 제품 개발과 생산ㆍ판매에 투입된 시간이 전체 작업의 사이클에서 25%도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이 비율을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어느 학원에서 학생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시간ㆍ경비에 비해 보조사무와 등록ㆍ감독ㆍ섭외에 들어가는 시간ㆍ경비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실제 경영컨설팅에서는 이를 VA(가치부가)와 NVA(불필요한 일)로 구분을 하는데 산업의 종류나 특성을 떠나서 일반적으로 조직 능률을 점검하는 기본적인 잣대로 아주 유효하게 쓸 수 있다. 금융권의 예를 보자. 은행에서 실제 영업수입을 올리는 예금과 대출에 직접 관련된 시간과 인력보다 보조작업과 사무ㆍ감독에 들어가는 시간과 인력이 많다면 그 은행은 많은 수익성을 높일 수 없는 조직이 되고 만다. 물론 은행에서 보고, 통제가 잘 되지 않으면 영업 자체에 지장이 생기고 업무도 불가능해지지만 예금과 대출에 직접 관련된 시간, 인력의 비율이 높을수록 경영효율은 그만큼 높아진다는 얘기이다. 이명박 정부가 과거 정부에서 늘린 공무원 숫자를 줄이는 것이 그다지 쉽지 않다는 소식이 들린다. 전체 국가경제에서 공무원 증가는 위 효율 얘기에서 보면 NVA 비율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적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사실 정부의 규모를 이야기한다면 김대중 정부 시절 IT산업과 벤처산업을 육성한다면서 정부 예산을 대량 방출할 때부터 비대화된 정부의 문제가 시작됐다. 정부란 어느 시대, 어느 곳을 막론하고 민간 기업의 효율을 평가할 능력도 시간도 없다. 사실 정부가 ‘미래산업 육성’이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부터 비효율과 부패라는 싹이 튼다. 정부는 미래 산업을 육성하는 주체가 아니다. 그것은 민간 기업의 몫이다. 미래 산업이 정부가 육성해서 될 성질의 것이라면 그건 경제성이 없다. 똑같은 예산이라도 정부가 지출할 때와 민간이 투자할 때 경제적 효과는 차이가 많다. 그래서 정부에서 산업 육성이라는 말이 나오면 정부 정책의 근본 의도부터 의심하게 된다. 민간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 확대일 것이라고 비정부 부문에서는 지레 겁부터 먹기도 한다. 좋고 훌륭한 경영이란 조직과 사회에 좋은 것이다. 시들어가는 조직도 훌륭한 경영자가 자리 잡으면 번창하지만 잘 되던 조직도 무능한 경영자를 만다면 오래가지 않아 조직이 시들어가고 죽게 된다. 가장 큰 조직인 정부를 맡는 통치권자가 훌륭한 경영자라면 예산 집행에서나 전반적 행정 효율 측면에서나 경제성은 엄청나게 커진다. 훌륭한 경영자란 투명해야 하고 탐욕스럽지 않아야 하며 균형 감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어느 조직에서건 이런 이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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