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64의 후퇴는 어쩔 수 없다. 흑의 활로는 원래부터 보장되어 있었다. 다카오는 흑71까지 공배를 모두 채우면서 백의 포위망에 약점을 만들고 있다. 백72는 중원키우기를 염두에 둔 처리. 부분적으로는 백72로 68의 오른쪽에 잇고 흑의 좌우 연결을 막는 것이 보통이지만 강동윤은 선수를 뽑기 위해 실전보의 백72로 둔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강동윤은 백이 나쁘지 않은 형세라고 믿었다. 백74로 상변쪽 흑대마를 위협하면서 강동윤은 머릿속에 웅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상변쪽 흑이 어떤 식으로든 한 수 들여 살아가면 다시 중원에 한 수를 들여 대평원 건설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다카오의 흑75가 반상에 떨어졌다. 다카오가 진작부터 노렸던 승부수였다. 막상 이 수가 놓이고 보니 호락호락 잡힐 말이 아니다. 백의 제일감은 참고도1의 백1인데 그것은 흑2 이하 8로 간단히 무너진다. 고심하던 강동윤은 백76으로 붙여 흑의 응수를 물었다. 만약 흑이 참고도2의 흑1로 살아가면 백2, 4로 상변쪽 흑을 차단하여 공격할 작정이다. 다카오는 흑77로 받고 기다렸다. 이젠 백도 78로 차단하는 도리밖에 없다. 흑81을 보고 윤현석9단이 감탄을 했다. "아, 오늘 다카오 신지가 컨디션이 좋군요. 결정적인 순간에 멋진 행마가 척척 나오고 있습니다. 확정지는 흑이 많으니까 중앙의 백진을 삭감하기만 하면 흑이 편한 바둑입니다."(윤현석) 고바야시류의 작전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철저하게 실리를 당겨놓고 삭감에 승부를 거는 그 승부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