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한국에 빌 게이츠가 나오지 않는 이유


현 정부에서 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 중 하나가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지식산업이라 일컬을 만큼 관련 지식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며 이를 '지적재산'이라 표현한다. 즉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은 가장 근본적으로 지적재산에 대한 권리를 강화하고 보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와 관련 기관의 관심과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실정이다.

필자가 지난 십 수년간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며 힘겨웠던 점이 있다면 전 사회적으로 소프트웨어가 무형의 공짜 재화라는 인식이 일반화돼 가치와 중요성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고 홀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도 이러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만들며 현실화해오고 있기는 하다. 소프트웨어 제값 주기, 유지보수 비용 현실화, 갑을 관계 개선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부터 예산 부족을 이유로 소프트웨어 제값 주기나 유지보수 비용 현실화를 외면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제도 개선 노력들이 과연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지식산업 발전의 중요성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국가 경제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다. 원재료 없이도 많은 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한다는 점, 소규모의 초기 자본만으로도 손쉽게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 높은 인력고용 효과를 보장한다는 점 등만 보더라도 이상적인 산업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30년 전이나 지금도 한국에는 빌게이츠나 구글이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미흡과 더불어 지식산업의 근간이 되는 지적재산에 대한 권한을 엄격하게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W산업 지재권 보호 장치 미흡

기본적으로 지적재산은 특허권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정작 특허권 침해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솜방망이 처벌로 권리를 강하게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다양한 제도 개선 노력에도 소프트웨어 산업은 계속 불황을 겪는 것이다.

한류 K팝은 몇 소절만 표절해도 팬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고 가수들은 표절 시비에 걸리지 않기 위해 사전에 많이 고민하고 조심하고 있다. 하지만 지식이 자산인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에서는 특허 침해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특허는 권리 행사용이 아닌 마치 다른 인증과 같은 장식품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특허 침해에 대해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산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소모적 행동이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특허권 보장 법 규제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권 침해 소송 사례만 보아도 미국·영국·독일 등에서 판결되는 조 단위의 배상금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겨우 1억원의 배상금만 청구했다.

결국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지적재산에 대한 권리 강화를 위한 제도 마련이다. 즉 특허권을 보다 강력하게 보호하고 활성화시켜줘야 소프트웨어 산업이 날개를 달 것이다.

과거 18세기 영국이 산업혁명 중심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제도적 기반은 특허다. 당시 다른 유럽 국가들은 군주가 유착관계에 따라 특정 상인에게 권한을 남발했던 반면 영국은 새로운 발명품에 특허권을 주고 그 권리와 재산권을 보장해줌으로써 발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했다. 결과적으로 영국에서 많은 발명가가 육성되고 주변 국가의 주요한 발명가들이 영국 사회로 모여들어 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국가적으로도 많은 지적재산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런 측면에서 창조경제도 영국의 산업혁명처럼 성공하려면 영국이 했던 것처럼 특허권에 대한 권리를 강하게 보장하고 보호해야 한다.

특허보호제 강화·빠른 판결도 필요

지금이라도 창조경제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산업이 지식산업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특허 보호를 위한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법령 개편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정부와 관련 기관의 노력도 경주돼야 할 것이다. 업체 간 특허 침해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법원의 빠른 판결도 필수적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수개월의 소송만으로도 회사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지레 포기하거나 합의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특허 침해 배상액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근거에 의한 증액과 함께 징벌적 배상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진정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홀대하고 있는 특허를 중시하는 사회를 조성해야만 한다. /hkbae@softca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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