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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인 소치올림픽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월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에 개막해 23일까지 계속된다. 2010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종합 5위에 오르며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한 한국은 개최국 러시아와 치열한 메달 다툼을 벌여야 한다. 밴쿠버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5개, 동메달 7개로 종합 11위에 그쳤던 러시아가 홈 어드밴티지를 업고 5위권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러시아의 메달 행진을 이끌 '에이스'들을 조명했다.
◇한국 최초 4관왕 도전, 여고생 괴물 심석희=열일곱 살 심석희(세화여고)는 김연아(24)와 더불어 한국 선수단의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임에도 심석희는 소치를 삼킬 여자 쇼트트랙의 '여왕'으로 거론된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2012-2013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열 차례의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밴쿠버올림픽 3관왕인 왕멍(중국)이 지난 16일 발목을 크게 다쳐 올림픽을 포기하면서 심석희의 독주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심석희는 500m(13일), 1,000m(22일), 1,500m(15일)와 3,000m 계주(18일)에 출전하는데 네 종목 석권도 기대할 만하다. 성공하면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최다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한국 올림픽사에서 현재 최다관왕은 2006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나온 안현수와 진선유의 남녀 쇼트트랙 3관왕이다. 심석희는 22일 프랑스로 최종 전지훈련을 떠나며 "아직 부족하다"는 말로 4관왕 가능성에 대해 자세를 낮췄다. 그는 "(왕멍의 불참으로) 계주에서는 우리 팀에 유리해진 게 사실"이라며 "같은 선수로서 안타깝지만 신경 쓰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자존심 플류셴코, 오베치킨, 빅토르 안=러시아의 희망은 단연 남자 피겨스케이팅(2월13~14일)의 예브게니 플류셴코(32)와 남자 아이스하키의 알렉산더 오베치킨(29)이다. 플류셴코는 유럽선수권 통산 금메달 7개, 은메달 3개를 휩쓴 '은반의 제왕'이다. 2002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과 밴쿠버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땄고 2006토리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때 시의원으로 활동했을 정도로 국민적 인기를 자랑한다. 플류셴코가 신들린 4회전 점프로 4회 연속 올림픽 메달 행진을 이을 수 있을지가 이번 올림픽을 관통하는 최대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플루셴코와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동반 금메달은 러시아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아이스하키는 동계올림픽의 최고 인기 종목. 하지만 러시아는 아이스하키의 전통 강국이면서도 2002년 동메달 이후 올림픽 메달이 없다. 메달 가뭄을 해소해줄 해결사는 주장 오베치킨이다. 최고 리그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워싱턴 캐피털스에서도 주장인 오베치킨은 세 차례나 NHL 최우수선수로 뽑혔고 2013-2014시즌에도 35골(47경기)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월15일 열릴 조별리그 러시아-미국전과 23일 결승전은 이번 대회 최고 하이라이트 경기로 손꼽힌다.
러시아의 또 다른 희망은 남자 쇼트트랙의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이다. 한국 대표팀에서 8년 전 올림픽 3관왕에 올랐던 그는 러시아인으로 네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잘 알려졌듯 파벌을 둘러싼 마찰에 염증을 느껴 2011년 러시아로 귀화했기 때문이다. 안현수는 20일 독일에서 끝난 유럽선수권에서 4관왕에 오르며 올림픽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