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연봉을 받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세 부담을 늘리는 방향의 근로소득 세제를 마련, 적용에 들어간다.
신용·체크카드 사용액 소득공제와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등 고소득 근로자의 세 부담 경감 효과가 큰 항목은 공제혜택을 없애거나 세액공제로 전환하고서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조세형평을 꾀하기 위한 것이지만 고소득 근로자들의 조세저항으로 적지않은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16일 "근로자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오는 8월에 발표할 예정"이라며 "중·고액 연봉자의 세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중산층 이하 근로자의 세 부담은 현재보다 늘리지 않을 계획"이라며 "미혼 직장인 등 연말정산 때 환급액이 적은 일부 직장인들은 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공제란 총급여에서 일부 금액을 필요경비로 인정해 빼주고 과세표준액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단계적 세율을 곱해 세금을 물린다.
이와 달리 세액공제란 과세소득 금액에 세율을 곱해 세액을 산출하고 일정액을 세금에서 빼주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연봉이 5천만원인 회사원의 경우 5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았다면 4천500만원을 과세표준으로 세금을 매기지만 세액공제는 5천만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고 일부 세액을 정액으로 빼준다.
소득공제는 공제항목의 지출이 클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데 비해 세액공제는 산출 세금에서 일정액을 감면해줘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게 된다.
실제로 김태일 고려대 교수가 2008년 근로소득자의 계층별 소득공제금액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연봉 1억원을 받는 상위 10%의 소득공제는 1천931만원, 10~20%는 1천683만원인데 비해 하위 10%는 905만원, 하위 10~20%는 995만원에 그쳤다.
세액공제 방식은 세수 증가 효과도 있다. 국세청 통계연보를 보면 2011년 근로소득 과세대상 993만5천명의 급여총계(비과세소득 포함)는 392조2천억원이지만 비과세와 소득공제를 뺀 과세표준은 162조원에 불과하다. 비과세와 소득공제로 과세대상에서 빠져나간 연간 230조원 가운데 적지 않은 금액이 징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재부는 현재 공제 항목별로 소득공제의 효과와 계층별 격차 등에 대한 분석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세 부담이 늘어나는 소득기준의 타깃을 정할 계획이다.
세율은 손대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만큼 35%의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액 8천800만원 초과 근로자 13만3천여명이 우선 대상이다. 세율이 24%인 4천600만원 초과~8천800만원 이하 근로자 54만9천명도 단계적으로 세금이 늘어날 전망이다.
소득공제 항목중 축소 대상은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개인연금저축 등이다. 정부가 내년 도입하는 자녀장려세제, 근로장려세제와 중복되는 다자녀 추가공제 등 인적공제 항목도 다소 축소될 전망이다.
내년 일몰 예정인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우리사주조합출연금 공제 등 조세제한특례법상 공제항목 역시 고액 연봉자의 수혜 폭이 크다는 점에서 정비 대상으로 꼽힌다. 정부는 소득공제는 줄이되 현재 50만원인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를 확대하고 항목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관계자는 "세액공제를 얼마나 늘릴지는 숱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세제개편에 따른 효과를 극대화하고 평범한 샐러리맨들의 세 부담은 늘지 않는 선에서 결정이 될 것"이라며 "소득공제 축소 대상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개선은 같은 중산층이라고 해도 소득, 가족 수, 지출성향 등에 따라 세 부담이 종전보다 많이 늘어날 수 있어 일부 조세 저항도 예상된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