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젓이 유통되는 '벌거벗은' 개인정보

주민등록번호 도용 가장 심각

'리니지' 게임 명의도용 가입 사건의 피해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개인정보의 유통 실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한번 높아지고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개인정보 유통이 일상화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정보가 범죄피해 위험에 노출되는 '벌거벗은 개인정보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 일상화된 개인정보 공유 = 개인정보는 활용 여부에 따라 마케팅에 약이 될수 있지만 각종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여지가 상존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동안 이동통신 가입자나 보험 가입자, 일회성 이벤트 참여자 등의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빼내 돈을 받고 유통시킨 피의자들이 수사기관에 수차례 검거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은게 현실이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인터넷에서 누구나 싼 값에 구매할 수 있다. 각종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다량의 개인정보를 사고 팔수 있다. 유출된 개인정보가 최근 사이버 공간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는 스팸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전문으로 보내는 업자에게 넘겨지거나 통신사업자의 스팸성 마케팅에 악용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해진다. 실례로 작년말 기준으로 하루 평균 휴대전화 스팸광고 및 e-메일 스팸 수신량이각각 0.74통과 6.9통에 달한다. 개인정보 유출은 이동통신사, 홈쇼핑, 여행사, 신용정보회사, 인터넷 회사 등고객정보를 대량으로 갖고 있는 곳에서 이를 취급할 수 있는 내부직원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와 함께 관리허술로 인해 인터넷에서 공개되거나 개인정보 유통업자가 고의로유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은행을 비롯해 백화점, 술집 등과 수표로 거래할 때 강요되고 있는 수표 배서로도 개인정보가 줄줄이 새고 있다. 수표를 받는측의 요구대로 순순히 뒷면에 주민등록번호와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을 기재했다가는 괴전화에 시달리는가 하면 유통업체에 흘러들어가 시도때도 없이 상행위를 강요받는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PC 등 첨단 IT기기의 활용이 보편화 되면서 개인의 신상정보가 새나가기도 한다.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은 기본이고 쓰다 버린 PC에 저장된 각종 개인정보가 새나가는 사례도 빈번하다. ◇ 주민등록번호 유출이 가장 심각 = 유출된 각종 개인정보 가운데 주민등록번호 도용이 가장 심각한 실정이다. 이는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사업자들이 본인확인과 성인인증 등을 위한 수단으로주민등록번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뿌리깊은 관행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산하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따르면 작년 한해동안 신고된개인정보 침해 신고 1만8천206건 가운데 주민등록번호 도용 등 타인 정보의 훼손ㆍ침해ㆍ도용 신고는 모두 9천810건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여러 개인정보 침해 신고 유형 중 주민등록번호 관련 신고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신용정보 침해 및 직장 프라이버스 침해 등과 관련된 신고건수 4천401건에비해 2배정도 된다. 연도별로는 개인정보 침해 신고 건수는 2003년 1만7천777건(개인정보 침해 웹사이트 신고대회 접수건수 제외)에서 2004년 1만7천569건, 2005년 1만8천206건으로 증가 추세다. 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가 작년 12월 포털 등과 연계해 대대적으로 벌인 개인정보 침해 신고 캠페인에서만도 42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접수된 신고 중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인원이 2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유출된 개인정보는 적게는 1천만명에서 많게는 2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개인정보침해센터는 온라인상에 떠돌고 있는 개인정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국민 4~5명 가운데 1명의 개인정보가 노출이 된 것으로, 경찰은2천만명의 개인정보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인정보침해센터 강달천 심의지원팀장은"온라인 사업자들이 본인 확인 수단으로 주민등록번호에만 너무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가상주민등록번호나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 확인 등 다른 주민등록번호 대체 수단을 자율적으로 적극 도입하는 풍토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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