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법정관리 가능성·파장
채권은행단은 지난 3일 현대건설에 대한 여신 만기를 연말까지 연장해준다고 발표했지만 이 회사가 회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정부측의 판단이다.
현대 계열사들이 현대건설의 부동산이나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자금지원에 나서면 회생할 수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정부는 현대건설의 법정관리에 따른 파장과 그 대책을 고민하는 등 매우긴장된 분위기다.
◆현대건설, 자금상환 감당하기 어렵다
현대건설 부채는 5조2천억원이다. 이중은행권이 2조6천억원을 대출.지급보증.기업어음 매입 등의 방식으로 빌려줬다. 이밖에 종금 1천억원, 보험 3천억원, 투신 2천억원, 금고 20억원, 여신전문금융기관 80억원 등이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회사채는 2조원에 이른다. 이중 투신이 1조원 가량을 갖고 있다.
문제는 채권은행들이 2조6천억원의 만기를 연장해주더라도 현대건설 부채의 절반 가량을 갖고 있는 제2금융권 등이 자금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데 있다. 특히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회사채를 막는 것은 더욱 어렵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2금융권의 자금회수는 은행권이 자금을 대신 수혈해주는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은행권이 더이상 이런 자금수혈은없다고 못박았기 때문에 제2금융권의 자금회수를 막을 도리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진성어음(물품대금)은 1조6천억원 규모로 매달 1천억∼2천억원의 상환이 돌아온다.
현대건설측은 연간 영업이익이 8천억원을 웃도는 등 수익이 향상되고 있는 만큼진성어음 결제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자금 미스매치에 따른 부도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제2금융권에서 빌린 자금, 진성어음 규모와 연말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상환자금 등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이 회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유일한 대책은 현대건설 계열사들의 지원"이라고 말했다.
◆현대계열사들의 지원 가능성도 거의 없다
현대건설은 계열사들이 서산농장을비롯한 부동산이나 전환사채(CB)를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지원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증자는 현대건설 주가가 액면가 이하로 크게 떨어져 있어 선택할 수 없는 방안에 속한다.
그러나 계열사들 지원 가능성은 거의 없다.
먼저 경영권 분쟁에 따른 계열사간 갈등의 골이 매우 깊다. 더욱이 계열사들은자금지원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이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건설이 결국 회생하지 못하면 막대한 손실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또 현대건설을 지원할 경우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해진다는 점도 계열사들에게는큰 부담이다. 게다가 주총이나 이사회의 반대가 예상되는 데다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일 경우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을 도울 수있는 계열사는 현대 자동차와 중공업 뿐"이라면서 "그러나 계열분리된 상황에서 자금을 지원하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이들 계열사는 연말에 돌아오는 어음을 결제해야 하므로 자금여력도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정몽헌 회장의 입장에서도 계열사 지분을 모두 매각해 건설에투입할 경우 계열사 장악을 못하는 문제가 생기는 만큼 차라리 현대건설을 포기하는방안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더욱이 정 회장이 지분을 모두 팔아 동원할 수있는 자금은 건설을 살리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 부도처리하면 어떤 문제 생기나
재경부는 대우 처리의 경험을 갖고있는 만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의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회생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파장은 만만치 않다.
먼저 하청업체들의 연쇄부도 가능성이 있다. 현대건설의 1차 하청업체는 4백여개에 이르고 나머지 2,3차 하청업체는 2천500개에 이른다. 이들은 현대건설로부터대금을 받지 못하면 심각한 자금난에 부닥친다.
현재 진행중인 공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계속 유지된다. 그러나 더이상의 건설수주는 기대할 수 없다.
해외공사에 대한 국내금융기관의 이행보증액은 무려 1조원에 이르므로 금융권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와함께 현대건설 계열인 현대전자, 현대상선 등의 경우 신인도 하락으로 인해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현대전자는 반도체 가격 하락과 LG반도체 인수에 따른 높은 부채비율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 충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그룹이 주도하고 있는 남북경협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개성공단의 경우 컨소시엄 방식으로 계속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북한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미지수다.
금융시장도 불안해진다. 법정관리 초기단계에서는 현대건설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주가가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중단기적으로는 협력사들의 연쇄부도에 따른자금시장 불안이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금융구조조정 계획도 수정돼야 한다. 금융권 부실의 확대로 인해 공적자금 추가조성액이 당초 예상했던 40조원에서 그 이상으로 늘어나고 지주회사 통합대상도 확대될 수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대계열사들이 현대건설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결국 그 부담은 국민경제에 돌아올 수 밖에 없다"면서 "대우를 처리한 경험이 있는 만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입력시간 2000/11/0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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