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4월 17일] 할 일 없는 통일부?

"특별히 우리는 할 일이 없습니다." "북한이 태양절(4월15일)로 휴일입니다. 나올 것이 없습니다." 천안함 침몰 사고 실종자들로 전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던 15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기자가 통일부 당국자 여러명에게 반복해서 들은 말이다. 실제로 이들 통일부 당국자는 통일부가 할 일이 없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했다. 16일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천안함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후 사고가 외부 충격에 의한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이는 천안함 사고가 단순히 우리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 조심스럽겠지만 언론과 국민은 북한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면서도 현재 추론할 수 있는 시나리오의 주범은 그들이 아무래도 유력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당장 사고원인을 단정짓고 무엇을 예측해서는 안 된다. 민군합동위원회의 철저한 조사와 그에 따른 발표를 바탕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최소한 정부만큼은 달라야 한다. 적어도 외교안보와 관련된 부처들은 모든 상황을 가정하고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야 한다. 국민의 여론은 물론 국제사회의 동향, 그리고 사고원인에 따른 시나리오별 사안 전개 예측과 정부의 대처 방안 등. 이러한 모든 내용들을 점검하고, 정비하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보강해야 한다. 그런데 통일부의 "할 일이 없다"는 반응은 다소 황당하기까지 하다. 심지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북한이 휴일'이므로 당연히 통일부도 휴일이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은 더더욱 어이가 없다. 물론 통일부와 관계된 최근의 이슈는 개성ㆍ금강산 관광 재개를 주장하는 북한의 조치와 개성공단, 그리고 각종 남북교류 등이다. 그러나 천안함 사고는 사고 원인이 어떻든 간에 남북문제에 영향을 미칠 엄청난 사건이다. 언론과 국민이 가정을 전제로 억측을 양산해서는 안 되지만 정부는 있을 수 있는 모든 가정을 다 내놓고 하나 하나에 대응 방안을 마련해둬야 한다. 그것이 위기관리능력이다. 그런 차원에서 통일부는 지금 정말 할 일이 많아야 하는 곳이다. 부디 이들 당국자들이 기자를 대하며 했던 말이 '선의의 거짓말'이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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