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회사 구조조정 태풍분다

은행권을 강타한 구조조정 바람이 올해엔 은행 자회사들에게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5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해 매각, 합병, 청산을 통해 없어질 은행권 자회사는 줄잡아도 15개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합병은행인 한빛은행과 합병을 앞둔 조흥은행이 올해 상당수 자회사를 합병, 매각하거나 아예 정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외에 매각된 제일은행 자회사들의 앞날도 불투명하다. 국민-장기신용은행도 지난 연말 이미 합병 과정에서 카드사를 합병시키고 올해 추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지난 하반기부터 시작된 은행 자회사의 구조조정이 올해 본궤도에 올라설 전망이다. ◆한빛은행= 지난 연말 청산된 한일경제연구소를 제외하고도 구 상업-한일은행 자회사 9개가 남아있다. 김진만행장은 이중 상당수를 합병 등의 방법을 통해 구조조정할 방침이다. 현재 구조조정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합병 전 두 은행이 중복 보유한 리스, 투자신탁, 시스템 등. 한빛은행은 가장 먼저 오는 6월께 한일리스금융과 상은리스금융을 합칠 방침이다. 두 리스사가 각각 출자한 한일할부금융·렌탈과 상은파이낸스도 한꺼번에 병합된다. 합병 방안은 아직 검토단계지만, 상은리스보다 규모가 2배 이상 큰 한일리스가 합병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리스사 합병 후에는 한일투자신탁과 상은투신, 한일은시스템과 상은시스템이 각각 합병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게 은행측 설명이다. 이밖에 한빛은행은 상은신용정보관리, 한일증권, 한일중부상호신용금고 등 나머지 자회사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 ◆조흥은행= 오는 3월 강원은행-현대종금과 합병을 앞두고 있는 조흥은행의 경우 5개 자회사중 상당수를 매각하거나 정리할 방침이다. 현재 남아있는 회사는 조흥증권, 조흥투자신탁운용, 조흥상호신용금고, 조흥리스금융, 조흥파이낸스. 이중 투자신탁을 제외한 4개 회사는 모두 매각을 원칙으로 하되, 팔리지 않는 회사에 대해선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투자신탁은 회사 실적이 좋아 존속시킬 방침』이라며 『나머지 회사들은 매각, 청산하거나 은행에 흡수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흥증권의 경우 일부 지분만을 매각, 합작 형식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은행= 제일은행이 출자한 국내 자회사는 현재 일은증권, 일은상호신용금고, 한국선물거래, 제일시티리스 등 4개. 모은행인 제일은행이 미국계 펀드인 뉴브리지에 매각됨에 따라 이들 자회사도 뉴브리지로 일괄 인수된다. 따라서 앞으로 제일은행의 자회사 처리는 전적으로 새 주인인 뉴브리지의 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초 제일은행은 4개 자회사를 올 연말까지 모두 매각한다는 내용의 자구계획을 세웠으나, 이제 새 주인이 자금을 투입해 경영이 정상화됐으므로 예전의 자구계획 자체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은행측은 4개 회사중 일은증권과 제일시티리스가 존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증권과 리스사는 회사 내용도 괜찮고 업계에서 건전성 순위도 중상위권에 속한다』며 『뉴브리지의 결정에 달려 있긴 하지만 굳이 두 회사를 매각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장은증권과 장은경제연구소를 포함, 14개 자회사가 남아 있는 상태. 지난달 동아금고와 매각 가계약을 체결한 국민금고가 이달중 매각될 예정이어서 조만간 자회사 수는 11개로 줄어든다. 올 연말까지는 존속 자회사를 7개로 줄일 방침이다. 두 은행간 합병발표 전 총 25개에 달하던 자회사 수에 비하면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셈. 국민은행은 이미 카드사 합병과 연구소 청산, 6개에 달하던 비금융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꾸준히 자회사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하나은행= 운좋게도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은 중복된 자회사가 전혀 없다. 이에 따라 청산절차를 마치고 오는 15일 청산주총을 여는 보람투신운용을 제외하고 보람증권, 하나파이낸스, 보람상호신용금고, 하나경제연구소 등 4개 자회사는 당분간 현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보람증권과 보람상호신용금고는 조만간 이름이 바뀐다. 특히 보람증권의 역할은 올 하반기 이후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전산이 통합되는 올 하반기 이후 보람증권과 하나은행의 업무를 연계, ING베어링처럼 은행업무와 뮤츄얼펀드, 신탁관리, 수익증권 판매 등을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상복·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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