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ㆍ철도공사 등 ‘재벌형 공기업’의 숨겨진 출자구조가 낱낱이 공개된다.
이들 공기업의 퇴직 임직원이 경영하거나 몸담고 있는 회사 관계까지 모두 파악해야만 대규모 공기업집단의 방만한 경영을 감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1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순수 민간재벌뿐 아니라 한전ㆍ철도공사 등 공기업들도 자회사나 관계회사를 여럿 두면서 보이지 않게 강력한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며 “특히 재벌 같은 공기업의 (드러난) 자회사 이외에 퇴직한 임원들과의 관계도 상세히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변 장관은 “한전ㆍ철도공사 등 공기업은 또 다른 의미의 재벌그룹”이라며 “재벌의 혈연경영 폐해만큼은 아니지만 100년 이상 된 재벌 공기업들의 계열사와 납품회사의 관계는 (재벌기업과) 매우 유사성이 깊다”고 말했다.
변 장관은 “현대 사건에서 보듯 (숨어 있는 자회사) 관계가 파악이 안 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도 대기업집단의 공시제도 강화였는데 (기획처가) 대규모 공기업의 공시 강화를 통해 민간기업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전의 경우 발전자회사 6곳을 비롯해 한전기술ㆍ한전기공 등 총 10곳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철도공사도 한국철도ㆍ한국철도유통ㆍKTX관광레저ㆍ철도광고 등 17개의 자회사를 갖고 있다. 기획처는 이들 기업을 포함해 대규모 공기업의 집단별 정보를 이르면 내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PUBMIS)에 공개할 예정이다. 공개되는 정보에는 지분구조와 자회사ㆍ관계회사의 하도급 및 납품 실적, 주요 임직원이 공공기관 퇴직 후 어디서 일하는지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기획처는 국민적 관심을 반영해 공공기관의 직원 1인당 평균 인건비와 업무추진비 등도 PUBMIS를 통해 공개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상장기업 공시 시스템에 나타나는 항목 가운데 공공기관에도 적용 가능한 ▦재무구조 변경 ▦대규모 손실 ▦투자ㆍ출자 ▦내부거래 등을 포함하기로 했다.
기획처는 아울러 공공기관의 경영자율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의 사전 규제적인 지침을 일제 정비하기로 하고 올해 하반기 관계부처 협의와 공공기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기획처는 지난해 말부터 314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20개 경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PUBMIS 서비스를 운영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