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간 M&A 지속으로 상위 3곳 집중도 심화

외환위기 이후 은행간 인수합병(M&A)이 이어지면서 상위 은행에 대한 시장집중도가 크게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2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3개 은행의 시장점유율 합계를 나타내는 ‘CR3’ 비율은 지난해 말 47.9%에 달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전인 지난 97년 기록한 20%대 중반의 두 배 수준이다. 또 은행산업의 독과점 정도를 나타내는 ‘허핀달-허시만지수(HHI)’의 경우 미국 법무부의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다소 집중’ 구간에 진입했다. 이 지수는 같은 산업 내 개별 회사의 점유율을 제곱해 합산하는 것으로 1,800 이상이면 ‘집중’, 1,000~1,800이면 ‘다소 집중’, 1,000 미만이면 ‘경쟁’으로 분류된다. 한은은 이처럼 은행산업의 집중도가 심화됨에 따라 경쟁이 제한되고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으며 부실이 발생했을 때 당국이 구제하기도 힘든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그러나 은행간 M&A가 건전성 개선에는 다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고정 이하 여신규모는 1.28%로 전년 말 대비 0.69%포인트나 하락했다. 또 고정 이하 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비율도 2004년 말 96.4%에서 지난해 말 119.3%로 처음으로 100%를 넘어섰다. 부실여신을 모두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쌓아둔 대손충당금으로 막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