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배포 '시큰둥' 연예인 등장엔 '들썩'

3·1절 행사장의 요즘 젊은이들 태극기 나눠줘도 외면
가수 무대오르자 열광 행사참석 노인들 '허탈'

광복회와 운암 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회원들이 삼일절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명동에서‘나라사랑 태극기 게양운동 및 배포행사’를 열고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삼일절을 하루 앞둔 28일 정오 서울 명동 우리은행 앞. 백발이 성성한 머리와 깊이 패인 얼굴 주름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어르신들이 나타났다. 말쑥한 정장 차림에 태극기를 손에 든 그들은 광복회 회원. 시민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면서 삼일절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해 서울 번화가 한복판에 모인 것이다. 뜻깊은 행사를 앞둔 회원들의 얼굴에서는 설렘이 엿보였다. 김국주 광복회 회장은 행사에 앞서 “우리나라가 그 동안 경제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국민들의 애국심은 오히려 뒤처지고 있다“며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진다면 지난 날의 치욕을 되풀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행사 의의를 밝혔다. 하지만 거리 한편에 꾸며진 태극기 무료 배포 행사장 옆을 지나는 젊은이들은 무표정했다. 일부 젊은이들은 행사 관련 홍보 전단지를 곧바로 던져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단상에 한 인기가수 그룹이 올라서자 상황이 돌변했다. 젊은이들은 단상을 둘러싸고 너도 나도 카메라폰과 디지털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대학생 이모(22)씨는 “봄을 앞두고 옷을 사러 명동에 나왔다”며 “가끔 명동에 오면 연예인을 볼 수 있어 좋다”고 즐거워했다. 태극기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던 노인들은 이런 젊은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최모(69) 할아버지는 “요즘에는 태극기를 어디서 파는지 몰라 이번 기회에 태극기를 얻어 손주에게 갖다 줄 생각이었다”며 “갑자기 우리 손주도 저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함께 서 있던 김모(72) 할아버지도 “요즘 연예인이 최고 직업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내일은 삼일절인데…”하며 씁쓸해 했다. 김용휘 광복회 위원은 “국경일의 국기 게양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국기 게양률이 10%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젊은 사람들이 무관심하다”며 “그래도 이런 행사를 꾸준히 하다 보면 국기 게양률이 50%가 될 것”이라며 젊은이들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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