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회사의 주가가 오르는 것을 싫어하는 주주가 있을까. 있다. SK텔레콤의 대주주는 주가가 오르는 것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요즘 증시에선 주식 액면분할이 유행이다. 증시에선 액면분할 가능성이 있는 주식의 경우 추가 주가상승여력이 있다고 보고 투자유망종목으로 꼽을 정도다.
한국 증시의 대표적 블루칩인 SK텔레콤의 주가는 현재 160만원대. 7월부터 외국인 투자한도가 기존 33%에서 49%로 확대되면 순식간에 200만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웬만한 월급쟁이는 한달봉급으로 한주밖에 사지 못하는, 한국 증시에서 가장 비싼 주식이다.
당연히 SK텔레콤의 소수 주주들은 주가의 추가 상승을 위해 액면분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인 SK그룹은 액면분할을 꺼리고 있다. 대주주가 주가상승을 원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SK그룹이 SK텔레콤의 주가상승을 꺼리는 이유는 순전히 경영권 문제때문이다. 현재 SK텔레콤 발행주식의 25.12%를 갖고 있는 SK그룹은 이 지분으로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적어도 40%이상 지분을 갖고 있어야 외국인투자가 등 다른 주주들이 경영권을 넘보는 일이 없도록 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같다.
이같은 속셈에서 SK그룹은 SK텔레콤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타이거펀드 등 외국인투자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SK그룹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신의 지분을 늘리려고 하고 타이거펀드 등은 당장 급하지도 않은 유상증자계획을 취소하고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K그룹의 목적은 SK텔레콤을 그룹내 계열사로 유지시키는 것이지만 외국인투자가들과 소수 주주들은 SK텔레콤의 경영이 잘 돼 주가가 오르는데 관심이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의 전신은 한국이동통신이다. 지난 92년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다가 대통령 선거직전의 상황에서 노태우(盧泰愚) 당시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란 정치적 이유로 이를 포기한 SK그룹은 대신 94년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시절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했다. 꿩대신 닭이 아니라 닭대신 꿩을 집어먹은 셈이다. SK그룹이 당시 한국이동통신 주식 127만5,000주(23%)를 주당 33만원씩 4,271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시세로는 2조700억원을 넘는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한국이동통신이냐, SK텔레콤이냐에 별로 관심이 없다. 무선전화 001, 무선호출서비스 002를 제공하는 회사라는 것만 알 뿐이다.
마찬가지로 일반 주식투자자들도 SK텔레콤이 SK그룹의 계열사라는 것보다는 SK텔레콤의 기업가치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주주들의 이익을 외면하고 그룹내 계열사의 위치를 굳히는데만 관심을 쏟는 SK그룹의 태도는 온당치 않다. SK그룹이 SK텔레콤을 계열 상장기업으로 유지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면서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하는게 당연한 시대가 됐다. 나머지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면서까지 대주주 또는 그룹의 이득을 취하게되는 일은 힘들어졌다.
이는 SK텔레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 등도 삼성자동차의 손실분담문제를 놓고 이미 비슷한 난관에 봉착해있다. 계열사를 상장기업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