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9일 검찰인사 논란과 관련, “지금의 검찰조직 상층부를 믿을 수 없으며 검찰 인사권은 대통령과 장관에게 주어진 합법적 권한”이라며 “이번 검찰인사는 결국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결단에 따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당초 계획대로 인사를 단행할 것임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법무부에 완전히 새로운 인사위원회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검찰조직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 지휘부 인사위원회와 부장검사ㆍ평검사인사위를 따로 구성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국 평검사 40여명과 대화를 갖고 “검찰 지휘부 인사는 제도개혁에 앞서 단행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 스스로의 개혁노력을 주문하고 “검찰을 장악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을 둔 것은 검찰 등 권력기관에 대한 문민통제를 하기 위한 것이나 과거 통제를 받아야 할 검찰이 법무부를 장악해 문민통제가 안됐었다”며 “검찰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제청권도 아니고 인사권을 검찰총장에게 이관하라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없는 일”이라고 검찰 인사권 이양 요구를 일축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검찰이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점을 훼손하고 싶지는 않지만 조직 전체로 봐서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검찰인사의 정치적 중립이나 자유권이 보장되고, 소신껏 수사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며 평검사들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검찰 인사위 개선방향에 대해 “검찰 인사위는 현 위원들이 모두 인사대상인 만큼 이번에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검찰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평검사들이 요구하는 제도를 만들 테니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이석환 인천지검 검사는 “SK그룹의 수사팀에 속해 있는데 SK그룹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이 아닌 외부인으로부터의 외압이 있다”고 전제한 뒤 “여당 중진인사는 물론 정부의 고위인사들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이 검사에 따르면 일부 정치권 중진인사와 정부 고위관리들이 “수사를 계속하면 다칠 수 있다”며 SK수사팀을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외부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는 게 검찰의 현주소”라며 “이런 일이 없도록 (노 대통령이)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측의 문희상 비서실장, 문재인 민정수석, 이해성 홍보수석, 송경희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