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빛나는 ‘한우물 쇠고집’/동국제강·고합·대성·동양화학 등/재무구조 중시 보수적 경영 일관/탄탄한 「전문화」로 세계적 경쟁력가치와 평가는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 그룹들이 겪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그 전형처럼 보인다. 어제까지만 해도 「일류기업」으로 통하던 그룹들이 하루아침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와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어제 까지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기업들이 환경변화로 다른 곳의 부러움을 사는 경우다.
국내에서 「보수적 기업문화」라고 하면 손꼽히는 동국제강, 고합, 대성, 동양화학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2∼3년 전만 해도 보수적그룹이라며 취업준비생이나 소비자, 언론들로부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불황과 함께 이들의 보수적경영은 도리어 강력한 무기가 되면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 여러모로 주목을 끌고있다.
가장 큰 이유는 창업자들의 보수적경영관이다. 동국제강 장상태회장은 「쇠고집」으로 불린다. 철 이외에 한눈을 팔지 않기 때문. 「바늘에서 선박까지」는 장회장의 경영관과 이 그룹문화의 상징이다. 사업다각화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장회장은 『일본의 철강산업을 따라잡을 때까지는 말도 꺼내지 마라』며 귀기울이지 않았고 결국 이것이 주효해 이제는 포철과 함께 한보철강 인수를 추진할 정도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게 됐다.
장치혁 고합그룹회장은 일찌감치 울산공장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화섬업계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 이제는 남들이 전문화에 신경을 쓸 때 정보통신, 에너지, 생활문화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여유」를 갖게됐다. 대성그룹 김수근 회장은 『더딘 걸음이 잰걸음이다』고 말한다. 대성그룹이 대기만성에서 나왔다는 것은 이 그룹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내실위주의 경영으로 대성은 18개 계열사 가운데 17개가 흑자를 내고 있다.
동양화학 이수영 회장도 부친(이회림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내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회장 취임사에서 『매출액이 많다고 경영을 잘하는 기업, 좋은 회사라는 사고방식은 과거의 유물이다. 자신에게 적합한 분야를 선택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게 진정한 초일류기업이다』고 말해 불황시대에 경쟁력있는 기업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했다.
불황에는 재무여건이 중시된다. 재무구조가 튼튼한 기업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총수의 보수적경영관이다.<박원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