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선거 앞두고 정책혼선 우려

■ 전경련 회장단 회의"정치논리로 재벌규제 완화책등 후퇴" 불안감 재계가 올해 치러질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치논리에 의한 정책 혼선에 대해 강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전경련은 9일 회장단 회의를 열고 경제정책에 정치논리가 개입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계가 선거철을 맞아 경제가 정치논리에 왜곡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표시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그 강도가 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년간 정부와의 밀고당기기를 통해 미약하나마 완화된 재벌규제정책이 선거철을 이용한 이익단체들의 압력으로 후퇴하는 것은 물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5일 근무제, 집단소송제 등이 재계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확정돼 강행될 수 있다는 재계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사례를 보더라도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각종 이익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아지고 표에 약한 정치권이 이들의 압력에 밀려 정책일관성을 해친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치논리까지 경제정책에 끼어들게 되면 경제정책은 뒤틀리고 경제회복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 회장단의 정치논리 배제 주장은 본격적인 선거시즌에 접어들기 전에 정책 혼선에 대한 재계의 우려 메시지를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 전달해 정치논리가 힘을 얻게 되는 상황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정치시장의 특성과 정치개혁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정치개혁의 투명성을 강조한 것도 회장단의 목소리와 일맥상통한다. 정치인 스스로의 이해관계에 의해 법안을 만드는 경우가 줄어들어야 정책일관성이 유지된다고 한경연은 강조했다. 재계는 따라서 정치논리에 흔들리지 말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하고 기업 퇴출과 진입이 자유로운 방향으로 도산법을 개정하는등 기업경영환경을 개선시키는 정책기조 유지가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계는 정치논리에 의한 정책 후퇴의 백미로 올해 추곡수매가 동결조치를 꼽고 있다. 양곡유통위원회가 쌀 수매가 인하를 건의했지만 올해 양대선거를 의식한 정부는 양곡위원회의 건의를 묵살하고 동결을 결정했다. 이로인해 오는 2004년 쌀시장 전면 개방에 대비해 수매값을 내려 농업분야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정부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의약분업제와 1년6개월 유보 결정이 내려진 건강보험통합문제도 이익단체의 정치논리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라는게 재계의 지적이다. 의약분업은 국내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서둘러 도입하는 바람에 국민의 불편만 가중시켰다는 것. 정부안대로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주5일 근무제나 주주대표소송제도 재계의 현실을 생각하지 않는 무리한 입법이라고 재계는 주장하고 있다. 특히 주주대표소송제의 경우 선진제도라는 시민단체들의 정치적인 논리에 손을 들어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게 재계의 주장이다. 모그룹의 한 관계자는 "올해도 선거철을 맞아 정치논리에 입각한 각종 인기영합적인 정책이 남발돼 나라살림을 어렵게 하고 경제의 성장기반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임석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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