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기업 재취업 퇴직자 대상… 일본, 기술유출 봉쇄 나선다

일본판 해외안보자문위원회 설치

일본 정부가 중국이나 한국 기업으로 재취업하는 일본 기업 퇴직자들을 통한 기술유출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전면으로 나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0일 일본 정부가 산업계와 손잡고 기술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퇴직자 관리를 위한 엄격한 지침 마련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 산하의 해외안보자문위원회(OSAC)를 벤치마킹한 일본판 OSAC를 창설해 일본 기업들의 원천기술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OSAC는 기술유출 방지 대책을 정부에 제언하고 참여 기업들에 해외 관련정보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일본판 OSAC는 아베 신조 총리 직속기구인 지적재산전략추진사무국이 주축이 돼 경제산업성ㆍ재무성ㆍ법무성ㆍ외무성 등 관련 부처가 모두 참여하며 산업계에서는 제조업체 중심으로 30개 이상의 기업과 정보관리 경비업체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7월에 출범하는 일본판 OSAC는 당장 퇴사한 종업원을 통한 신흥국으로의 기술유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기업과 퇴직자 간 비밀유지계약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지침을 6개월~1년마다 개정해 새로운 기술유출 수법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일본에서는 장기 불황과 기업 수익 악화로 인한 제조업계의 감원이 이어지면서 퇴직자들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재취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 퇴직자가 일본 원천기술을 해외로 유출시키는 주요 경로가 되면서 일본 재계는 정부가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민관합동으로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는 경제산업성이 규정한 기업정보 관리 지침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는 변리사를 대상으로 하는 지침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실제 지난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해외에 진출한 일본 기업 10곳 중 한 곳 이상(11.3%)에서 기술유출이 발생했으며 유출 경로는 일본인 퇴직자가 전체의 30% 이상, 현지 퇴사직원이 22.2%를 차지하는 등 전직 사원을 통해 기술이 새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퇴직 이후 기업비밀 유지에 관한 계약을 의무적으로 체결하는 기업은 대형 제조업계에서 63%, 중소기업의 경우 24% 수준에 그쳐 기업 기밀보호가 상대적으로 허술했던 것으로 지적돼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의 타깃을 '신흥국'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타깃으로 삼는 것은 중국과 한국으로의 기술 유출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일본의 대표 철강업체인 신일철주금이 퇴직자를 통한 제조기술 도용 혐의로 한국 포스코를 제소한 사건과 공작기계 대기업인 야마자키마작의 중국인 사원이 제품 도면정보를 무단 복제해서 유출하려다 적발된 사건을 기술유출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지난해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는 기술유출 발생 사례의 60%가량이 중국으로 집중됐으며 한국이 20%가량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