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제약회사들의 로비로 출혈성 뇌졸중 유발 우려가 있는 페닐프로판올아민(PPA) 성분 함유 감기약의 생산 및 판매 중단을 늑장 결정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일 식약청에 따르면 식약청은 지난 2000년 11월 PPA성분의 위험성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보고 즉시 국내외 제약업체들에 해당 성분이 들어간 214개 약품의 생산 및 판매 중단을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식약청은 8개월 뒤인 2001년 7월 당초 방침을 크게 완화, 1일 최대 복용량 100㎎을 초과하는 약품에 대해서만 생산을 금지했다.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PPA 감기약의 인체 위해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생산을 금지할 수 없었다”며 “당시 일본 후생성도 PPA 함유 감기약의 판매를 허용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당초 조치가 어떤 배경과 이유에서, 그리고 어떤 절차를 거쳐 변경됐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특히 업계의 압력과 로비 여부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식약청이 애매한 기준으로 판매금지 리스트를 작성, 지난번 만두파동처럼 ‘선의의 피해업체’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외제약은 이날 2000년 말부터 모든 제품의 PPA성분을 다른 성분으로 대체했는데도 식약청이 발표한 이번 PPA 함유 의약품 리스트에 ‘화콜’ 등 8개 제품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한미약품도 ‘써스펜콜드 캅셀’의 PPA 성분을 이미 대체했는데도 이번 리스트에 포함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면 화콜과 함께 3대 감기약으로 불리는 고려제약의 ‘하벤’과 한일약품 ‘화이투벤’은 PPA 성분을 사용해오다 중외제약과 비슷한 시기에 다른 성분으로 대체했는데도 이번 식약청의 발표 리스트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과거 PPA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만들 때 받은 제조품목허가가 아직까지 살아 있는 중외제약의 화콜은 리스트에 포함됐지만 하벤과 화이투벤은 현재 시점에서 제조품목허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리스트에서 빠졌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