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7월 4일] 금융불안 가중시키는 긴축정책

금융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권은 물론 정부 정책이 긴축기조로 돌아서면서 증시폭락에다 금리도 치솟고 기업부도와 연체율은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그제 하반기 정책운용방향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줄이겠다고 나서자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고 주식시장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눈치 빠른 은행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대출축소에 들어갔지만 금리가 치솟는 바람에 연체율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해 금융권도 위기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 지난해 말 0.74%에 그쳤던 은행권의 전체 연체율은 지난 6월 말 1.04%로 뛰었다. 기업대출 연체는 더 심각하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9%에서 1.30%로 올랐고,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0%에서 1.6%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기업부도와 가계파산이 심상치 않다. 올 들어 하루 한 개꼴로 부도가 난 건설업체들이 심각성을 보여준다. 하반기에는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기업부도는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거기다 금리까지 뛰고 있어 더 큰 걱정이다. 3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640조원(가구당 4,000만원)으로 5년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은행의 주택담보 고정대출금리는 연 9%를 넘었다. 빚은 늘고 금리까지 뛰니 상환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계에 몰린 가계의 부실과 그에 의한 금융부실 및 소비위축이 우려된다. 정부와 여당은 금리상승에 따른 서민가계의 부담을 덜기 위해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역부족이고 임시방편일 뿐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가안정이 우선이기는 하지만 금리인상을 최대한 늦추면서 유동성을 탄력적으로 조절해 경제를 연착륙시켜야 한다. 은행들도 ‘비가 올 때 우산이 되겠다’는 약속에 충실해야 한다. 돈줄을 무조건 죄기보다는 기업의 수익성ㆍ성장성 등을 감안한 신축적인 자금운용이 요구된다. 기업과 가계도 적극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경기가 가라앉을 때에는 빚을 내 투자하기보다 수익성을 높이고 현금흐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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