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싱가포르)서 고군분투하는 코리안리

“2050년까지 코리안리 해외 영업 비중을 80%로 가져가자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싱가포르 지점은 군대로 치면 최전방에 나와 있는 것처럼 비유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종선 코리안리 싱가포르지점 대표)

글로벌 재보험사를 꿈꾸는 코리안리의 싱가포르 지점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10여명 안팎의인원만으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15.7%(태국 홍수 건 제외)의 성장을 기록하면서 자사 해외 성장의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취재진이 방문한 코리안리 싱가포르 지점은 수재보험료 기준 싱가폴 내 재보험업계 12위의 재보험사 이름에 걸맞게 RHB은행, Indian Overseas은행 등 금융 회사가 몰려 있는 금융 중심가 크로스스트리트에 위치해 있다. 코리안리 싱가포르 지점은 수재보험료만 지난해 9월 누적 기준 6,186만5,000싱가포르달러(SGD), 보유보험료 5,354만SGD, 당기순이익 1,461만6,000SGD로 싱가포르 내 중견 재보험사로서 위상이 높다.

싱가포르 내에서의 코리안리의 이 같은 입지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코리안리의 싱가포르 진출은 1975년 주재사무소 설치를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8년 지점 인가를 받은 뒤 이듬해 1월1일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대략 40여년 동안 싱가포르와의 관계를 지속해온 셈인데, 이는 뮌헨재보험 다음으로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 활동한 재보험사로 꼽힌다.

코리안리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에서야 부랴부랴 해외 진출을 고민하고 있는 경쟁사 내지 타 금융업계와 차별화되기도 한다. 코리안리는 싱가폴 지점뿐만 아니라 런던ㆍ동경ㆍ뉴욕 등지에 70년대 중후반부터 사무소를 설립해왔다. 코리안리는 이런 방침에 따라 해외 수재비율을 2012년 회계연도 기준 전체 매출의 22.6%(1조2,777억원)로 가져가는 등 해외 비중이 높은 금융사로 꼽힌다.

한 대표는 “코리안리는 1963년 설립 이후 해외진출을 통한 글로벌 영업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면서 “지난 2006년 스탠다드앤푸어스(S&P)로부터 신용등급 A-를 획득하면서 해외영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성장했고 그 중에서도 싱가포르 지점은 연평균 15.7% 고성장하는 주요 거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싱가포르 지점은 1994년부터는 독립채산제로 전환해 호주, 인도, 파키스탄 지역 등을 본사로부터 이관 받아 동남아시아 지역 전반을 관할하는 전초기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코리안리 싱가포르 지점이 안착하는 데는 재보험을 기간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싱가포르 정부의 정책 기조도 한 몫을 했다. 재보험 중개사인 가이 카펜터의 리처드 존스 싱가포르 아시아법인 대표는 “싱가포르 금융 당국이 재보험 부문을 세계 1위로 만들기 위한 장기 플랜을 가지고 보험 전문 인력을 육성 및 제공하고 있으며, 해외 보험사들에 법인세 혜택 등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싱가포르 금융당국은 규제를 하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자본을 들여오는 마케팅 역할을 병행한다”면서 “두 가지를 모두 균형 있게 하고 있기 때문에 재보험 비즈니스를 하는 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지점의 성장세에 힘입어 코리안리 전체 2013년 회계연도 성적표는 수재보험료가 전기 대비 6.2% 증가한 4조5,664억원, 보유보험료는 2.7% 증가한 2조8,972억원을 기록했다. 총 자산만 전기 대비 2,521억원 증가한 7조6,840억원, 운용자산은 3조8,855억원, 세후 당기순이익은 9개월 기준 사상 최대인 1,289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코리안리 싱가포르 지점은 앞으로 특약재보험에 머물러 있는 포트폴리오를 각 개별 청약마다 계약조건을 달리 해 인수여부를 결정하는 임의재보험으로 확대하고, 손해보험에 집중하던 기존 자산 구성을 생명보험까지 넓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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