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대선 가도 재산이 발목 잡나

강연료 등 16개월새 3000만弗↑
'중산층 대통령' 대권전략에 악재

미국의 유력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재산이 지난 16개월간 강연료 수입 2,500만달러를 포함해 최소 3,000만달러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회 강연료는 무려 25만달러로 미국인 가구 연간 평균 소득의 5배에 달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클린턴 부부는 전날 연방선거위원회(FEC)에 제출한 재정보고서에서 순자산이 1,130만~5,270만달러라고 신고했다. 이들은 500만~2,500만달러 정도로 추정되는 뱅가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펀드와 50만~1,000만달러의 가치가 있는 생명보험상품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날 신고된 재산에는 워싱턴DC와 뉴욕에 있는 수백만달러 상당의 집과 연방퇴직연금, 가구와 소장 예술품, 대통령 재임 때의 기념품이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2013년 초 신고 때는 520만~2,550만달러였다.

강연료 수입이 최소 2,500만달러에 이른 게 천문학적 재산증가에 기여했다. 힐러리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51차례 강연에서 회당 12만5,000∼32만5,000달러를 챙겼고 클린턴 전 대통령은 53차례 연설에서 회당 10만∼50만달러의 강연료를 받았다. 또 힐러리는 2014년 출간한 자서전 '힘든 선택들(Hard Choices)'로 500만달러 이상을 벌었고 부부가 다른 저서 3권의 인세수입으로 4만5,000∼15만달러를 얻었다. 이들이 낸 소득세율은 30% 이상이라고 힐러리 선거 캠프는 설명했다.

회당 25만달러의 강연료를 챙긴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산층 대통령'이라는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선 구호가 위장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거세질 게 뻔하다. 클린턴 부부의 수입은 미국 내 '0.1%' 부자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반면 지난해 9월 미 인구조사국 발표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연간 평균 소득은 5만1,939달러에 불과하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의 주요 강연 고객은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도이체방크 등 월가 금융기관과 캘리포니아의약연합회, 고철리사이클링산업협회, e베이 등 이익단체와 대기업이었다. 로이터는 "클린턴 전 장관이 출마 선언에서 "모든 미국인을 위한 챔피언이 되겠다"고 했지만 그들 부부가 특권층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특정 이익계층에 신세를 진 상황에 대통령이 된 뒤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펼 리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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