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시아파 지도자 장례행렬 사흘째

지난달 차량폭탄 테러로 숨진 이라크 시아파 지도자 아야툴라 모하메드 바키르 알 하킴의 장례행렬이 2일 최종 목적지인 그의 고향 나자프에 도착하면서 시아파 신도들의 슬픔과 분노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수 십만에서 수 백만명까지 추산되는 시아파 신도들은 지난달 31일 바그다드를 출발, 1일 시아파 제2의 성지인 카르발라에서 하루를 묵은 뒤 사흘째이자 행렬 마지막날인 이날 최대 성지인 나자프로 이동했다. 18개의 바퀴가 끄는 트럭 위에 안치된 관은 분홍과 노란색의 인조 꽃으로 아름답게 뒤덮였지만, 그 관 속에는 그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떤 유해도 들어 있지 않다. 사건현장에서는 그의 시신이 발굴되지 않았다. 신도들은 대신 관 위에 놓인 그의 얼굴 윤곽을 상징하는 검은색 터번을 올려다보며 오열과 분노를 터뜨렸다. 이들은 “어제는 사담 후세인의 탱크에 짓밟혔는데 오늘은 미군의 탱크가 가로놓여 있다. 후세인과 부시에 치욕을 안겨주겠다”며 복수를 다짐했다. 신도들은 종이 헝겊조각 돌멩이 등을 관에 문지르는 전통의식으로 자신들의 충성과 존경심을 표시했다. 미군은 신도들의 감정을 자극할 것을 우려, 400여명의 이라크 경찰에 치안유지를 맡긴 뒤 일단 시신이 안장되는 나자프 인근지역에서 모두 철수했다. 나자프 주변 통제권을 폴란드군에게 넘기려는 계획도 무기한 연기했다. 신도들은 예언자 모하마드의 후계자로 추앙 받는 알리의 아들 후세인 이븐 알리가 680년 카르발라 전투에서 이교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 것과 같은 의미로 이날 장례행렬을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후세인 정권이 1970년 이후 시아파의 대규모 집회를 금지한 이후 첫 대규모 종교의식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남달랐다. 차량폭탄 테러의 배후가 누구냐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신도들은 수니파나 알 카에다 세력이 연루됐을 가능성은 있으나 후세인 추종세력이 범행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카타르의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도 앞서 1일 나자프 폭탄 테러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후세인의 육성으로 보이는 테이프를 보도했다. “자비롭고 인정 많은 신의 이름으로”로 시작하는 이 테이프는 “타락한 자가 소식을 전하면 무조건 비난하지 말고 잘 살펴봐라”라는 코란의 구절을 인용하며 후세인 추종자들을 아무 증거 없이 비난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 테이프는 그러나 앞서 발생했던 바그다드 주재 요르단 대사관 테러, 유엔 사무소 폭탄테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나자프 인근 쿠파에서 지난달 31일과 1일 폭탄이 가득 실린 차량 2대가 잇달아 발견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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