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드러난 김정은의 속내


세간에 3대 미스터리가 나돌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 김정은의 속마음이 그것이다. 이제 김정은의 속마음은 3대 미스터리 명단에서 빠져야 할 것 같다. 최근 벌어진 남북회담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에서 김정은의 속내가 낱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속마음은 대화 제의 시점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이 대화를 제의한 6일은 지난 미중 정상회담이 있기 하루 전이었다. 북한은 지난 5월 최룡해 대중 특사의 변변찮은 방중 성과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당시 갑작스런 대화 제의로 김정은의 몸이 그만큼 달아 있었음을 보여준 셈이다.

북한은 남북당국회담 개최에 앞서 9일부터 이틀간 벌어진 실무접촉 과정에서도 뻔한 속내를 드러냈다. 실무접촉 당시 북한은 개성공단 정상화나 이산가족 상봉 등 현안보다 6ㆍ15 공동행사 개최 및 민간 접촉 확대와 같은 부수적 사안을 의제로 채택할 것을 집중 요구했다. 남남갈등 조장과 북한의 경제 활성화 등과 연계돼 있어 북측의 또 다른 노림수를 짐작하게 했다.

북한은 11일 오후 회담 결렬을 통보하는 과정에서도 속마음을 드러냈다. 북한은 회담 불참 의사를 밝히며 '무산'이나 '보류'와 같은 유보적 표현을 사용했다. 남북관계에 집착하고 있다는 내부전략을 노출했다. 결국 김정은은 이번 회담 과정에서 제 속내를 대부분 공개해 세간의 3대 미스터리 중 하나를 스스로 풀어준 모양새가 됐다.

김정은은 회담을 제의하며 회담 성사시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결렬되더라도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꽃놀이패'를 들고 있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또 미국과 중국을 향해 우리 측과 대화 의지가 있음을 나타내며 고립을 피하는 대외선전 효과를 거뒀다고 자축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번 회담 결렬로 북한은 어떤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제 운신의 폭만 좁혔다.

북의 속내가 낱낱이 드러난 만큼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오히려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격언이 있지 않는가. 반면 녹록지 않은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미숙한 전략만 노출한 김정은의 속은 더욱 타들어 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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