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시 덕에… 잘나가는 현대·기아차

상하이 = 기아자동차
2달 만에 옌청공장 설립 승인… 판매본부 위치해 점유율 높아
베이징 = 현대자동차
승용차·영업용택시 등 압도적… 공장 집중돼 中정부 적극 지원
서부개발 정책에 4공장은 충칭에


최근 취재차 찾은 중국 상하이(上海). 거리마다 기아자동차 로고가 새겨진 차량이 가득했다.

중국 시장 전체로 보면 분명 현대차의 점유율이 기아차에 비해 훨씬 높은데 왜 상하이에는 이렇게 기아차가 눈에 많이 띄는 것일까. 현지에서 만난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기아차 판매본부가 상하이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하이 지역의 기아차 점유율이 높게 나오는 것 같다"며 "대리점이 상하이에만 13개가 있는데다 이 지역에서 판촉활동도 강화하고 있어 상하이에서 기아차가 잘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에서 기아차가 강세를 보이는 더 큰 이유는 인근 옌청공장의 존재 덕분이다. 그리고 옌청공장은 설립과정에서부터 중국 특유의 '관시(關係)'가 주효했다. 기아차는 옌청(鹽城)에 공장을 지을 당시 보통 6개월 이상이 소요돼야 받을 수 있는 승인을 사업 파트너의 관시로 2개월 만에 받았다. 중국은 현재 각 도시별로 번호판 제한 제도를 통해 자동차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통제하고 있다.

반면 베이징 거리에는 현대차가 압도적으로 많다. 영업용택시는 물론이고 일반 승용차 가운데서도 현대차가 눈에 많이 띈다.

상하이에서 기아차가 관시 효과를 얻은 것처럼 현대차는 베이징에서 관시의 뒷받침이 있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중국 4공장 입지 선정을 놓고 장고에 돌입한 것도 이 같은 현지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어느 도시에 공장을 설립하느냐에 따라 해당 도시에서의 시장 점유율은 물론 수익률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판매대수가 기아차보다 더 많은 현대차는 관시의 힘에 '규모의 경제' 효과까지 더해져 수익률이 더 높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베이징에는 현대차 공장이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특히 현대차를 밀어준다"며 "정부에서 차를 살 때도 현대차가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 비즈니스에서 관시의 중요성을 절감한 현대차는 중국 4공장도 관시 효과를 염두에 두고 입지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지난 6월 중국을 방문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귀국하면 현대차 중국 4공장의 입지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장 후보지 결정이 계속 미뤄지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4공장을 기존에 입지로 유력시되던 충칭(重慶), 청두(成都), 시안(西安) 외의 지역에 설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는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많다"며 "특히나 시장에 미치는 정부의 힘이 막강한 중국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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