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가 석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면서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잇따른 달러 약세와 노사분규 등의 수출악재가 이어진 가운데 여행ㆍ유학 등으로 해외에서 흥청망청 돈을 쓰고 있으니 적자가 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경상수지 적자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경상수지 적자 요인이 어느새 우리 경제의 ‘체질’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수지‘밑 빠진 독에 물 붓기’=교육ㆍ여행ㆍ의료 등의 서비스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 1~7월의 경상수지 누적적자 가운데 서비스수지 적자만 106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한해 동안 130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던 데 비춰 너무 가파른 증가세다. 올해 전체로는 적자규모가 180억달러를 가볍게 넘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여행 경비와 유학ㆍ연수비용 등으로 해외에서 쓴 돈이 7월에만 16억6,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연중 해외여행 출국자가 가장 많은 8월에도 여행경비 지출과 서비스수지 적자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다시 한번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10월 추석 황금연휴로 통관일수가 대폭 줄어들고 반면 해외에서 연휴를 즐기려는 여행객이 크게 늘어날 것을 예상할 때 올해 여행수지 적자 신기록 달성은 확실시된다. ◇상품 수출 증가율은 제자리걸음=2004ㆍ2005년의 수출신화를 재연한 상품수지 흑자도 고유가ㆍ환율 등 악화된 대외여건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7월 상품수지 흑자는 18억달러로 전월보다 9억1,000만달러 줄었다. 자동차 노사분규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고유가로 수입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1∼7월 상품수지 흑자 누계는 144억4,000만달러로 지난해의 209억6,000만달러에 비해 60억달러 이상 줄었다. 한해 전체로 보면 2004년 376억달러에 달했던 상품수지 흑자는 2005년 335억달러로 줄었고 올해는 200억달러대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의 대표수출 품목들의 수출 증가세 둔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노사분규를 겪은 자동차(-30.0%)를 제외하더라도 7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거의 제자리다. 가전제품ㆍ정보통신기기 등의 증가율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적정 균형환율보다 낮은 현재 환율상황만 따져봐도 경상수지 적자 발생은 당연한 일”이라며 “환율효과가 가격ㆍ품질 경쟁력을 넘어서는 만큼 내년 이후 상황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물론 이 같은 수출악화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유가상승이 둔화될 가능성도 있는데다 경기하강에 따라 내수소비가 주춤해지면 수입량도 줄 수 있다”며 “지금의 경상수지 적자 현상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