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R 올려라"… 증권사 줄줄이 후순위채 발행

콜 차입·CP 규제로 자금 조달 애먹어
현대·우리투자 등 4곳 증권채 직접 추진


증권사들이 지난해 업황 부진으로 떨어진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발행에 나서고 있다. 콜 차입 및 기업어음(CP)발행 규제로 단기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일부 증권사는 증권채와 전자단기사채 발행을 준비하며 자금 확보에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달 중 5년 6개월물과 7년물 후순위채권을 각각 600억원씩 총 1,200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이다. 후순위채는 발행기업이 파산했을 경우 다른 채권자들보다 채무 상환을 늦게 받는 채권을 말한다. SK증권도 오는 19일 연 4.27%의 수익을 지급하는 5년 6개월 만기 5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으며 미래에셋증권도 지난달 연 4.1%의 이자를 지급하는 5년 6개월 만기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증권사의 후순위채 발행 건수가 단 1건(NH농협증권ㆍ 500억원) 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 발행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지난해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된데다 주가연계증권(ELS)ㆍ파생결합증권(DLS) 과다 발행으로 NCR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NCR은 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것으로 증권사들의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데 지난해 중위험ㆍ중수익 상품 수요 증가에 따라 ELS와 DLS 발행 규모가 늘어나면서 크게 악화됐다. ELS와 DLS는 증권사의 신용을 담보로 발행되는 일종의 채권자산으로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NCR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는 SK증권의 NCR은 2011년 493%에서 지난해 372%로 떨어졌다. 미래에셋증권도 2011년 351%에서 지난해 343%로 소폭 하락했다.

윤태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ELS 같은 상품은 변동성이 심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지만 만기가 5년 이상의 후순위채는 자본으로 분류된다”며 “증권사들이 NCR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근 들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콜 차입과 CP발행 규제로 단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일부 증권사들은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 증권채를 직접 발행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4곳이 증권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권채 발행을 추진한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증권채의 수요가 늘어난 것은 기존 증권사의 주요 자금 조달 통로였던 콜 차입과 CP발행이 규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콜차입 규모를 자기자본의 25% 이내로 제한했으며 올해 5월부터는 만기 1년 이상의 CP를 발행할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을 의무화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들은 일괄신고서 제출을 통해 대규모 회사채 발행한도를 미리 설정하는 등 부지런히 손을 쓰고 있다. 일괄신고서를 제출하면 1년 이내에 3차례 이상 원하는 시기에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으며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하지 않아도 되는 등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달 올해 말까지 5, 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겠다는 일괄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김은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채는 같은 등급의 일반 회사채보다 발행금리가 높은 편이지만 여전채보다는 낮아 가격 메리트가 충분하다”며 “대기업 그룹이나 금융그룹의 계열 증권사들이 직접 증권채를 발행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 문을 연 전자단기사채시장을 노크하는 증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자단기사채는 기존 CP처럼 종이 실물로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전자등록 방식으로 발행∙유통∙상환되는 사채다. 현재까지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한 곳은 한국증권금융 밖에 없지만 CP규제가 본격화 되는 5월부터 증권사들이 전자단기사채 시장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미래에셋증권을 시작으로 우리투자증권ㆍ부국증권ㆍ현대증권ㆍ한화투자증권ㆍ삼성증권ㆍ동양증권ㆍ메리츠종금증권ㆍ하이투자증권ㆍ유진투자증권등이 전자단기사채 발행을 위한 단기차입증가한도를 늘렸다. 삼성증권은 이달 초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민간신용평가사로부터 단기사채발행을 위한 신용등급(A1)을 받기도 했다.

이경록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CP 규제가 본격화되는 5월부터 전자단기사채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전자단기사채시장이 증권사에게 새로운 단기자금 창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기자 hoon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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