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쇼크 무엇을 할것인가] 고교 평준화를 폐지하라

젊은 인재 키워 노동력감소 대비해야"미래사회에는 경쟁력을 있는 천재 한명이 수천 수만명을 먹여 살린다" 앞으로 다가올 지식산업사회를 대비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며 국내 굴지기업의 총수가 한 말이다. 그런데 이 예언같은 말을 실감하게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의 고령화속도가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며 일할 수 있는 계층이 얇아지는 고령화사회에서는 `인재 한명을 어떻게 키웠는가`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좌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런 명제와는 매우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창의성을 길러줘야 할 학교는 판에 박은 시험제조기만을 찍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공고육이 사교육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학교가 인재를 키우내지 못할 경우 미래의 우리삶은 매우 힘들어진다. 2차대전후 급격히 늘어났던 베이비 붐세대, 또 그 뒤를 이어갈 X세대가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젊은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그들로 하여금 국부(國富)를 창출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붕어빵 교육, 이제는 안 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보도에서 `한국과 일본, 타이완 등 동아시아의 학교교육은 지나치게 많은 학생수와 천편일률적인 교육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근대 교육의 목표는 문맹률을 없애고 규칙에 순응하는 근로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목적을 단기간에 이루기 위해 학생을 서열화하고 최우수, 우수, 열등생으로 등급을 매겼다. 감성이 한창 예민할 때인 고등학생 때부터 극소수만을 승자로 만들고 나머지 대다수를 패자로 만드는 교육의 맹점은 여기서 비롯되고 있다. 새 밀레니엄시대에 와서도 이 시스템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말로는 특성화교육이다, 뭐다해서 소란을 피우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오직 수능점수 늘리기에만 혈안이 돼있다. 교육인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이제는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지만 뾰족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공계를 살려야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7월 4일 제주도에서 개최한 하계 전국 대학총장 세미나에서는 최근 고교생의 감소로 대학들이 학생모집에 애를 먹고 있으며, 특히 이공계의 기피로 학문간 균형적인 발전이 어렵다는 등 온갖 문제점이 지적됐다. 박찬석 경북대 총장은 "정부는 이공계 인력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인력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 과학기술인의 사기를 높여줘야 한다"며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이공계 전공자의 30%를 장학생으로 선발하고 대학원생에게도 장학금과 생활비를 보조해주는 유인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대학의 총장들도 "최근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매우 심각한 지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그 같은 주장은 한낱 주장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모두들 이공계를 육성해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봉급과 진급, 업무강도에 있어서 이공계는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되돌리지는 않는 한 이공계 육성은 요원하다. ◇고교평준화를 폐지해야 한다 기업들은 초등교육부터 산업현장의 요구를 적절히 반영한 현실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에 나와 아무 쓸모없는 교육을 강제하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라는 지적이다. 두산그룹 테크팩BG사장은 "교육은 산업현장의 요구와 맞아야 하며 이를 교실에서 녹여줄 수 있는 커리큘럼과 유연한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교평준화를 없애 능력있는 인재를 발굴ㆍ육성하고, 각자의 적성에 맞도록 교육을 바로세우는 일도 시급하다. `영재`마저 `범재`로 추락시키는 하향 평준화교육으로는 특화된 인재를 키워낼 수 없다는 말이다. 서정화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의 고교 평준화 정책을 대폭 보완해 사립학교에 더 많은 자율성을 주고 경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교육이 붕괴된 이유는 학교간 경쟁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정부는 모든 고교를 똑같이 통제하려 하지 말고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 박병원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자원이 없는 한국의 미래는 오직 국제경쟁에서 이길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데 달려있다. 우리가 축구를 평준화했더라면 4강까지 갈 수 있었겠는가. 교육도 대표선수를 키워야 세계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교육도 이미 세계적인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거주이전, 여행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고 외환사용이 자유화됨에 따라 교육의 질에 만족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다른 방법을 찾는 상황이다.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한국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해외유학ㆍ연수지출 규모가 10억달러를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가능한 한 양질의 교육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 스스로의 부담으로 국내에서 더 나은 교육을 받겠다는 국민들의 수요도 크다. 그렇다면 교육수요자인 국민들이 해외로 나가는 대신 국내에서 가능성과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공계 진학기피 현상에 대해서 정부도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미래는 기술의 시대다. 어떤 직종이 미래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갖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고소득 인기직종인 의사·변호사·MBA 등이 이미 공급과잉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주지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 전승준 고려대 화학과 교수 최근 심화되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은 학생들이 수학, 물리, 화학 등과 같은 어려운 과목들을 공부하면서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데 반해 졸업 후 여기에 상응하는 보상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모순을 뜯어 고치려면 과학기술 전공자들에 대한 취업보장과 경제적 대우를 높여야 하고 인센티브를 많이 줘야 한다. 정부가 이공계 대학원 졸업생들에게 군입대 면제혜택을 주던 지난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던 것을 돌이켜봐야 한다. 졸업 후 진로가 확실하다면 인재는 오지 말라고 해도 모여든다. 의사나 변호사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들 직종은 경기에도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며 정년과 관계없이 일할 수 있다. 우수고교생이 지원하고 사법시험에 젊은이들이 모이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한편 대학 자체적으로는 교육경험이 별로 없는 젊은 교수들이 교양과목 등 많은 수업에 투입되는 현상을 고쳐야 한다. 경험이 많은 교수들을 학생교육에 많이 투입해 우수한 학생들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이공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립대의 교육시설에 획기적인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 ■ 기업은 이런 사람을 원한다 `리더형 인재를 찾습니다.` 시장 환경이 복잡하고 빠르게 바뀌어가면서 기업들이 업무를 능동적으로 주도해 나갈 비즈니스 리더형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 대기업들이 창업자나 총수 한 사람을 축으로 움직이면서 하부 부서별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해 나갈 구성원을 필요로 했지만, 이제는 기업의 가치를 창출해 낼 창조적인 인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매니저 사관학교`로 불리는 P&G의 앨 라즈와니 한국지사장은 "기업은 업무와 개인 생활 양쪽에서 매사에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참여형(participant) 인간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라즈와니 사장은 아침부터 밤까지 다른 생활도 없이 회사에만 매여 있는 죄수형(prisoner)인간이나,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자기 자리만 지키고 있는 방관형(passenger) 인간은 21세기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는 모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직원을 뽑을 때 가장 유심히 살펴보는 면도 지원자 개개인의 사고방식과 업무 추진력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학교 성적이나 적성 평가 위주의 선발 방식에서 면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평가 기준을 마련했다. 면접 질문도 창의성이나 도전정신 등을 측정할 수 있는 내용 위주다. SK도 3차례의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패기와 대인 커뮤니케이션 능력, 기업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AT커니의 노정석 컨설턴트는 "팀을 원만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특성상 업무실적이 프로젝트를 위해 구성된 팀워크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게 꼽았다. 노 컨설턴트는 "변화를 원하는 기업에 해답을 주려면 스스로 먼저 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감각 역시 최근 기업들이 중요하게 보는 덕목이다. 종합하면 기업들이 원하는 직원들은 생산성이 높은 창의적인 인재들이다. SK의 인사담당임원은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은 글로벌 기준의 우수한 인재들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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