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필] '3만원'짜리 서비스운동

 - 安炳璨(경원대 교수) -2년 전 이맘때, 서울 구로동에 있는 애경백화점 고객만족센터 박연순 대리가 유한공고 2학년 홍성의군에게 편지를 쓴 일이 있다. 『상쾌한 아침 출근길에서 겨우내 메마른 대지에 단비를 머금은 대자연을 보았습니다. 모처럼 만에 가파르고 메마른 어른 가슴에 학생의 편지 한 장이 마치 봄비같이 달콤하고 촉촉하게 느껴지더군요. 그에 비해 요즘 사회에서 부각되고 있는 비도덕적인 어른들의 모습이 너무도 초라하고 추하게 느껴지는군요. 지면을 통해서나마 학생과 만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학생의 맑은 미래가 펼쳐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고객만족센터 올림』 편지의 연원은 유한 공업고등학교 국어교사 최해규선생이 제자들에게 철저한 반성의 자세를 기르기 위해 「양심의 편지」를 쓰게 한 것이었다. 건축과 2학년이던 홍성의군은 중학교 2학년 때 애경백화점 식품판매장에서 요구르트 한 병을 몰래 꺼내 마신 기억을 되살려 백화점에 편지를 보냈다. 『사장님, 여기 요구르트 값 500원과 저의 양심을 판 값 500원을 보내드립니다. 부디 철없던 어린 시절의 행동으로 생각하여 용서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이었다. 홍군의 이 양심 편지를 받고 고객 서비스가 몸에 밴 박연순 대리가 답신을 쓸 때까지는 하나의 감동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애경백화점 홍보실은 이 미담을 홍보전략으로 활용하므로써 이 일은 여러 신문지면에 일제히 실리게 되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시장경제에서 「서비스」처럼 흔하게 쓰는 말도 드물다. 서비스는 용역, 봉사, 친절, 접대, 편의, 에누리, 덤, 이익 등 다면적인 내용을 담은 말이다. 서비스는 인간 욕망과 직결된다. 생산물 없이도 인간의 욕망을 직접적으로 충족시켜주는 것이 서비스 노동이다. 위의 얘기에서 보는 것은 친절과 봉사 그리고 서비스가 점점 강조되는 환경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점이다. 백화점은 고객서비스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업체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애경백화점이 고객만족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그런 경영방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홍군의 편지는 고객만족센터 박연순 대리에게 감동을 주는 선을 넘어 백화점의 홍보전략에 활용된다. 「서비스」는 그만큼 상품성이 강한 속성을 갖는다. 요즘 박연순 대리는「약속1, 약속2」의 고객서비스 운동을 벌인다고 전한다.『백화점의 불친절한 사례를 신고하면 3만원씩 드리겠다』는 고객 서비스 운동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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