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고객, 저축銀으로 몰려

시중銀보다 고액 가능하고 절차도 간편
5년간 두배 이상 늘며 예금도 동반상승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43)씨는 최근 분점을 내기 위해 상호저축은행에서 12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10억원을 빌렸다. 은행보다 3억원 이상 많은 대출 규모다. 의류업을 하는 강모(46)씨는 3억4,000만원짜리 아파트로 은행에서 1억8,000만원의 담보대출을 받았지만 운영자금이 필요해 저축은행에서 추가로 3,000만원의 후순위 담보대출을 받았다. 대출이 필요한 자영업자와 개인 고객 중 저축은행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똑같은 담보로 은행보다 더 많은 돈과 추가대출이 가능하고, 절차도 덜 까다롭고 빠르다는 이유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001년 말 80%를 밑돌던 대출 대비 예금비율이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높아지면서 지난해 말 94.5%까지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예금은 20조원에서 37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대출은 2001년 15조9,000억원에서 2005년 35조4,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예금과 대출의 동반상승세가 뚜렷하다. 시중은행이 예금 감소로 예대비율이 높아진 것과 큰 대조를 보였다. 서울의 삼화저축은행은 5월 말 순여신 6,835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70% 이상 증가하는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했다. 영풍ㆍ푸른이ㆍ스카이ㆍ솔로몬저축은행 등도 여신이 1년 사이에 40% 이상 급증하면서 예대비율이 100%를 넘거나 육박한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남의 보해, 충남의 천안, 경기의 새누리, 전북의 전일저축은행 등도 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소성민 솔로몬저축은행 홍보실장은 “은행의 담보인정비율이 50~60%인 반면 저축은행은 70~80% 이상으로 높다”며 “또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절차가 간편하고 담보가치가 올랐을 때 추가대출이 쉽다는 이유 때문에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은 대출뿐만 아니라 예금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구경회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저축은행의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1%포인트의 금리차이에도 저축은행으로 돈이 몰린다”며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완화되면서 IMF 이후 누렸던 은행의 금융 권력은 장기적으로 힘을 잃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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