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뺑소니라도 하찮은 상처의 경우 죄성립 안돼"법원이 교통사고 꾀병환자에 대해 사기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뺑소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해당 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 2단독 노수환 판사는 3일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박모(40.주부)씨 등 피의자 9명의 뺑소니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노판사는 이날 '뺑소니라도 극히 하찮은 상처의 경우는 죄가 성립되지 않으며, 게다가 의사가 환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진단서를 발급한 점으로 미루어 환자가 허위로 통증을 호소했다면 진단서도 허위에 불과하다'고 무죄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큰 상처를 당하지 않고도 꾀병을 부려 합의금이나 보험금을 받아낸 액수가 크고 죄질이 나쁜 김모(35.택시 운전기사)씨 등 피해자 2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사기혐의가 인정된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노판사는 '김씨 등이 입지도 않은 상해를 입었다고 꾸며 합의금이나 보험금을 타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히고 '이런 행위는 억울한 피의자를 전과자로 만들고, 보험가입자인 일반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설명했다.
이날 법원이 무죄로 인정한 교통사고는 대부분이 가벼운 접촉사고로 피해자들이 상처도 크지 않으면서, 병원에 입원한 뒤 가해자를 뺑소니로 몰아 합의금과 보험금을 타 낸 경우다.
실제로 택시 운전기사 김씨의 경우는 작년 8월 26일 새벽 1시 30분께 인천 남동구 만수동 언덕길에서 주부 박씨의 승용차가 뒤로 밀리면서 자신의 택시 앞 범퍼와 부딪힌 뒤 실랑이를 벌이고 가버리자 뺑소니로 신고했다.
김씨는 사고후부터 같은해 9월 9일까지 병원에 꾀병으로 입원, 박씨로 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150만원, 보험회사로 부터 179만원 등을 받았다.
법원은 '교통사고로 형사재판을 받는 전체 사건(150∼200건) 가운데 5∼10%정도가 사고경위, 충격정도 등으로 볼 때 꾀병으로 의심되는 사건'이라며, 이번 사건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법정에 X-Ray 판독기 설치 ▲진단서 발행 의사의 증인 채택 ▲사고현장에서 직접 충돌시험 ▲피해자들의 사고발생 횟수, 보험금지급액수 내역 사실조회 등을 했다고 밝혔다.
(인천=연합뉴스) 김명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