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이사람] 만보 커뮤니케이션 高永燮 사장
"판정승은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KO승을 해야 한다는 각오로 열심히 했습니다"
권투 얘기가 아니다. 지난10일 한국광고단체연합회가 주관하는 '2000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은 만보사 커뮤니케이션 고영섭(高永燮ㆍ41ㆍ사진) 사장의 수상 소감이다.
대한민국 광고대상은 올해로 14회째를 맞지만 소규모 광고사가 대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하우스 에이전시(대그룹 광고대행사) 제도가 뿌리깊은 국내 광고시장에서 소형 광고사가 자리잡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만보사의 수상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판정승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고 확실히 쓰러뜨리는 KO승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에 수상한 작품은 LG텔레콤의 브랜드이미지 TV CF인 '수화'편. 비오는 날 아빠와 여고생이 LG텔레콤 이메일을 통해 대화하는 광고로 실제 청각장애 여학생이 직접 출연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모델로 남고운이 양은 이번 광고대상 특별상으로 모델상까지 수상했다.
"다른 이동 통신사들이 10대 주 고객층을 겨냥해 가벼운 사랑이야기를 다룬데 비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LG텔레콤의 지향점에 부합하기 위해 따뜻한 광고소재를 개발해낸 게 어필한 것 같다"고 나름대로 수상원인을 분석한 高사장은 "소형 광고사가 대상을 수상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내 광고시장의 변화가 감지된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高사장이 몸담고 있는 만보사 커뮤니케이션은 설립된 지 불과 1년 만에 '대박'을 터트렸다. 본래 만보사란 이름은 국내 최초의 광고대행사인 오리콤의 전신으로 국내 근대광고의 발원지인 셈인데 高사장을 포함한 오리콤 출신 12명이 독립하면서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高사장은 이미 오리콤 재직 시절 때부터 '랄랄라' 춤을 유행시킨 맥주광고, 부드러운 소주 붐을 몰고 온 소주광고 등의 히트작으로 전략 본부장까지 역임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2~3년 후면 국내 광고시장이 상당히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계 모토"자본이 밀려들어오고 실력 있는 소형 광고사들이 속속 생겨나면 광고주들의 인식도 바뀌게 되고 결국 기존의 구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
"한순간 반짝이는 아이디어보다는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아이디어로 광고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전략적 광고를 지향하는 게 만보사의 모토"라는 高사장은 "광고계의 영원한 현역으로 남아 국내 광고업계 발전에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효영기자
입력시간 2000/11/1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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