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양회정씨, 수배 중에도 금수원 들락날락

지난 5월 순천서 도망쳐 금수원으로… 김엄마 등과 접촉
검경 2차 진입땐 창고에 은신… "兪 사망으로 자수 고민"

양회정씨가 검찰에 자수하기 전 금수원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2일 금수원에 대한 2차 수색작업이 마무리된 후 검찰이 "계속 병력을 배치시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조력자가 금수원에 못 들어오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검찰과 경찰의 포위망이 다시 한 번 뚫린 셈이다. 순천에 있었던 유 전 회장의 소재를 확인하지 못하고 다른 곳을 수색한 데 이어 수배자가 금수원을 들락날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촘촘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 5월 유 전 회장이 머물렀던 순천 인근 별장에 대한 검찰의 수색작업 이후 도망쳐 금수원으로 들왔다.

이후 양씨는 금수원에서 김엄마에게 유 전 회장의 상황을 전달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유 전 회장의 핵심 도피 조력자로 꼽히는 양씨는 순천 송치재 휴게소 부근에 있는 별장인 '숲속의 추억' 내부에 비밀공간을 마련하는 등 유 전 회장이 순천에서 도피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행동대장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순천 도피조'에서 활약했던 양씨는 5월3일 유 전 회장이 양씨의 처제(47) 집에서 '숲속의 추억'으로 이동할 때 동행하면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돕게 된다.

양씨를 지휘한 도피조장은 구속 기소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순천 지역 핵심 신도 추모(60·구속 기소)씨로 추씨와 양씨는 유 전 회장의 순천 도피를 책임졌다.

추씨는 경기도 안성 금수원 내에 있던 이재옥(49·구속 기소)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의 지시를 받다 이후 이 이사장이 5월27일 검찰에 체포되자 일명 '김엄마'로 알려진 김명숙(59)씨의 지휘를 받아 양씨와 함께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왔다.

양씨가 행동대원으로서 본격적으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돕기 시작한 것은 이 이사장 등 금수원 지휘조가 추씨에게 유 전 회장이 장기간 은신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있고 나서다.

인테리어 업자 출신으로 알려진 양씨는 추씨의 지시를 받고 순천 시내에서 커튼을 구입해 별장 내부에 설치하는 작업을 했다.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게 하려는 위장이었다. 별장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워 마치 안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특히 양씨는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들이닥칠 것에 대비해 동서인 한모(49·구속 기소)씨와 함께 별장 내부에 비밀공간을 만들었다. 5월25일 검찰이 압수수색할 당시 유 전 회장을 찾지 못한 것은 양씨가 치밀하게 만든 비밀공간에 유 전 회장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양씨는 검찰이 순천 별장의 존재를 아직 알지 못하던 5월17일께 한씨와 함께 유 전 회장에게 본인이 마련한 제2의 은신처로 옮기자고 권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시 유 전 회장은 별다른 언급 없이 은신처를 옮기지 않고 계속 별장에 머물렀다.

이 밖에 양씨는 한씨로부터 공급 받은 유기농 식품과 생수 등 먹거리를 정기적으로 유 전 회장에게 공급하기도 하고 측근들이 찾아오면 별장으로 안내하는 역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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