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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독을 꿈꾸는 신소정(25)씨. 단편 영화 한 편과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신 양은 아마추어 감독의 껍질을 한 꺼풀 벗겨내기 위해 지난해 6월 멘티(교육생)로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신 양은“영화계를 주름 잡고 있는 여러 멘토들과 시나리오의 얼개 하나하나까지 함께 조율하는 과정이 마냥 행복하다”고 했다. 신 양의 멘토로 활약하고 있는 오동진(49) 영화평론가는“멘티들의 발칙한 생각에 외려 새로운 걸 배우고 트렌드도 읽고 있다”고 했다.
신 양과 오동진 평론가의 인연은 지난해 6월 첫 발을 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의‘창의인재 동반사업’에서 시작됐다. 문화 콘텐츠가 미래 먹거리인 지금, 창작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젊은 창작자를 전문가와 연결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일종의 실무형 교육 프로그램이다. 영화·방송·만화·스토리·음악·공연 등의 분야에서 창작 능력을 지닌 인재를 양성해 궁극에는‘청년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다. 동국대 산학협력단 등 8개 기관을 주축으로 105명의 멘토와 248명의 멘티가 3인씩 짝을 지어(멘토1 멘티3) 9개월간 함께 콘텐츠 생산에 머리를 맞댔다. 오는 15일 첫 성과보고회를 앞두고‘창의인재 동반사업’의 멘티와 멘토들을 만나봤다.
‘1기 창의인재 동반사업’에 멘토로 참여한 오 평론가는 이 프로젝트의 특징으로‘인적 네트워크 활용’을 꼽았다. 그는“함께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차승재 전 싸이더스FNH 대표는 71편의 영화를 제작했고, 관계를 맺고 있는 감독만 일흔 명이 넘는다”며“좋은 재목이 있다는 걸 두루 알릴 수 있는 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언제까지 박찬욱·홍상수 감독을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 새로운 세대가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판을 마련해 인적 자원 물갈이를 이뤄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간 차원에서 가시적 성과를 이뤄내기까지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 이제 막 첫 삽을 뜬 콘진원의‘창의인재 동반사업’등을 비롯해 정부 차원의 프로그램 운영이 보다 탄력을 받고 지속돼야 하는 이유다. 현재 일본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활성화 주요 전략으로 콘텐츠 산업 육성을 채택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도키와 장(莊) 프로젝트’의 경우 만화가 지망생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등 창작 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콘진원도 매달 창의인재 동반사업 멘티들에게 100만원의 경제적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세금을 제한 90여 만원으로 오롯이 창작 활동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수 있는지엔 물음표가 붙는다. 신 양은“주변에 서른이 넘은 멘티들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다른 일을 병행하지 않고 90여 만원으로 창작활동에만 매진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이 교육프로그램이 끝나고 난 후 뭘 할지에 대한 고민도 늘 함께한다”며“일회성으로 그치기보다 프로그램 수료 후에도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오동진 평론가도“1기 창의인재 동반사업 수료생들이 각자 창작자로서의 역량을 쌓아 사회에 무사히 편입되고, 후에 이들이 다음 기수들을 이끄는 선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창의인재 동반사업이 회를 거듭하며 지속돼야 하는 것은 물론 수료 후 다음 액션 플랜(활동 방향)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