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부상열차시승기] 한순간 붕 뜨더니 '시속 75km'

30톤 무게 차량이 1cm위로 떠올라 '쌩쌩'…소음·진동 거의 없어 정차·출발때도 조용
로템·기계 硏 17년만에 세계 3번째로 개발…최대속력 110km…국산화 비율 99%선

국기계연구원과 (주)로템이 국내기술로 공동개발한 자기부상열차의 상용화를 앞두고 10일 대전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전국 지자체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시승식이 열려 열차가 시험궤도를 움직이고 있다

“30톤이 넘는 덩치가 한순간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천천히 움직이는가 했더니 어느덧 속도계에선 시속 75Km를 넘어섰다.” 지난 11일 대전 대덕연구단지내 한국기계연구원에선 상용화를 눈앞에 둔 자기부상열차(마그레브) 시승식이 열렸다. 지난 89년부터 국내 전동차 제조업체인 로템과 기계연구원이 공동개발에 나서 무려 17년만에 이룬 개가다. 김국진 기계연구원 신차종개발팀장은 “독일ㆍ일본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자기부상열차를 상용화하게 됐다”며 “(독일ㆍ일본업체와의) 기술력에서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큰소리로 설명했다. ◇30톤 무게가 사뿐히 이동= 자기부상열차 1량의 무게는 22톤. 탑승객까지 합치면 줄잡아 30톤이 넘는다고 한다. 기계연구원의 한 관계자가 운전석에 앉아 출발키를 조작하자 30톤 무게의 덩치 큰 차량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공중으로 1cm 가량 붕 떠오르더니 선로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시험선로에 완전히 접어 든 자기부상열차는 속도를 내는 가 싶더니 어느덧 속도계가 있었다. 지하철 평균 속도가 시속 80Km라고 하니 거의 지하철과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는 셈이다. ◇소음ㆍ진동ㆍ분진 ‘3無’= 객차 내부에서는 에어컨 소리만 ‘윙~윙~’할 뿐 다른 소음과 떨림 현상은 없었다. 간혹 주위로 휙휙 지나가는 나무들만이 ‘열차가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줄 뿐이다. 바퀴없이 전자석의 힘으로 부상해 궤도와는 접촉없이 주행하기 때문에 진동과 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이윽고 김 팀장이 “지금부터 자기부상열차의 진짜 매력을 보여주겠다”며 윙윙 거리며 작동하던 에어컨을 꺼버렸다. 순간 자기부상열차 안은 어색한 침묵이 흐를 정도로 조용해졌다. 객차 내부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65db로 나타났다. 지하철의 평균 소음 측정치 75db보다 10db이 낮다. 기계연구원 한 관계자가 “수치상의 차이는 10db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이 인식하는 차이는 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철은 멈출 때마다 선로와 바퀴가 부딪혀 나오는 ‘끼이익’하는 쇠마찰음이 귀를 거슬렸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선 선로 연결매듭을 지날 때도, 정지할 때도 ‘소음’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출발이나 정지를 할 때의 몸쏠림 현상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국산화 비율 99%= 이번 자기부상열차는 도심내에서 운행되는 최대속력 110km의 중저속 열차다. 주로 기존의 경전철을 대체하는 용도다. 기존 경전철에 비해 토목건설 경비나 개보수 등에 드는 운용비용도 10~30% 저렴하다는 게 로템측의 설명이다. 특히 일부 부품을 제외하고는 국산화 비율이 99%에 달할 정도다. 기계연구원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외국업체의 시스템을 깔 경우 나중에 개보수시 주요부품을 수입하기도 어렵고 기술종속도 우려된다”며 “국산 자기부상열차의 상용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2일 자기부상열차 등 10개 국책사업에 대해 실용화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무리하고 최종 지원대상을 선정할 예정이다. 로템 관계자는 “자기부상열차가 정부의 실용화 사업의 하나로 채택될 것이 확실하다”며 “자기부상열차의 상용화는 더욱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기부상 열차란?

자기부상열차 마그레브(Maglev)는 바퀴식 열차의 2배인 8%의 등판능력을 보유했으며 열차 아래구조가 'ㄷ'자 형태로 레일을 감싸고 있어 탈선 위험도 적다. 또한 선로에 떠서 운행되는 방식을 채용함으로써 레일이 받는 하중이 단위면적에 고르게 분산돼 비교적 작은 축간만 필요로 한다. 자기부상열차는 추진방식에 따라 고속형과 중저속형으로 나뉘는 데 시속 430㎞인 고속형은 독일이 지난 60년대말 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1월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에서 도심까지 30㎞ 구간에 최초로 상용열차를 설치했다. 일본의 경우 한국형과 같은 시속 100㎞ 중저속 도시형 차량이 지난 3월 나고야 엑스포에서 9㎞ 구간에 설치됐다. 기계연구원 관계자는 "마그레브는 2007년 4월 대전 엑스포공원내 1㎞ 구간에서 첫 상용화하는 데 이어 2010년까지 대중교통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덕연구단지(대전)=김홍길기자 wh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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