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대최고치 국민소득'의 숨은 그림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2,720달러에 도달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가 추산한 결과다. 정부는 '역대 최고치'라는 대목에 방점을 찍는 모양이다. 10년 전인 지난 2002년(1만2,100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비교까지 접하니 실적을 은근히 강조하고 싶은 것 같다.

'경제는 경제주체들이 갖는 심리의 합계'라는 측면에서 무엇이든 밝은 소식을 전해 국민들이 자신과 희망을 갖도록 유도하고 싶은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의 추이와 방향을 따져보면 암울할 뿐이다. 정부는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며 2배 운운하지만 5년 전인 2007년(2만1,632달러)으로 잡으면 드러나는 것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래의 정체와 초저성장뿐이다. 이런데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1년 7월 "1인당 국민소득이 2014년 3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이를 기억하는 국민도 많다.

내용은 더욱 좋지 않다. 정부 계산대로라면 4인 가족으로 구성된 가구의 연간소득은 9만880달러(1억240만원)에 이르러야 하는데 이를 실감하는 가구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소득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성장의 과실이 대부분 기업과 자산가에게 집중된 탓이다. 날이 갈수록 벌어지는 소득의 쏠림현상은 조금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가계부채만 늘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눈높이만 높아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환율하락세, 즉 원화강세가 지속되면 성장이 전혀 없어도 달러로 표시되는 국민총소득이 올라가고 1인당 국민소득 역시 실생활을 반영하지 못한 채 고공 행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언제라도 꺼질 수 있는 국민소득의 거품은 새 정부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부디 '최고'라는 실적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국민은 '747' 같은 공허한 형용언어에 현혹될 만큼 어리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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