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3.2%에 초가삼간 태워서야

“96.8%에 안도할 것이냐, 3.2%에 흔들릴 것이냐.” 3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발표한 국산 김치 기생충 알 검사 결과에 소비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시중에 대량 유통되는 대기업 제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미미한 수치나마 안전하다고 믿었던 국산 김치에서도 버젓이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직 기억이 생생한 지난해 6월 ‘만두 파동’도 파장이 컸지만 이번에는 대표적인 건강식품이자 매일 식탁에 오르는 우리 고유의 먹을거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그 파괴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만큼은 지난 6월과 같은 ‘패닉’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지난해 만두 사태는 식약청의 성급한 발표 때문에 일부 업체가 부도로 내몰리는가 하면 곳곳의 만두집이 문을 닫고 매출도 절반 이하로 급감하는 등 만두시장이 한마디로 ‘공황 상태’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식품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킨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대가는 너무 컸다. 하물며 이번에는 한국의 대표 식품이자 수출 품목인 김치다. 물론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비위생적으로 처리되고 유해 물질이 섞여들어가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그동안 제품 관리에 소홀했던 기업들은 시장에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하고 앞으로의 식품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건 당국과 모든 생산 업체들은 생산지부터 모든 제조공정에 이르기까지 보다 철저한 위생 관리에 나서야 한다. 다만 “인체에 무해하다”는 기생충 알이 김치산업이라는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보건 당국과 업계는 3.2%가 100%나 다름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향후 식품 안전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소비자들은 3.2%라는 수치가 나머지 96.8%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냉철하게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우리 식탁의 ‘보물’인 김치를 지키는 길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