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투기 세력에게 대통령까지 엄중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의 외환딜러를 대상으로 위법매매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달러 사재기’에 대해 정부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환투기를 제재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ㆍ은행 등 민간 부문을 압박하는 것이 오히려 정부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8일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꺼낸 말보다 훨씬 톤이 높았다. 그는 “달러를 사재기하는 기업과 국민이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달러를 갖고 있으면 부자가 되는 줄 아는 기업들이 있다”면서 기업들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과 장관의 발언에 대해 “솔직히 환율이 급등하자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달러화를 갖고도 내놓지 않는 경우와 미리 달러화를 사두는 경우가 많다”면서 “조선업체처럼 수출대금을 뭉칫돈으로 받는 기업들이 환전을 미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업체를 압박해서라도 달러를 시장에 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이에 맞춰 이날부터 외환딜러 조사 등 실력 행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9월10일부터 은행권 외환딜러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 불법매매 및 내부통제 준수 여부에 대한 자체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있다. 중대한 혐의점이 발견되면 이후 현장조사를 벌이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문제는 정부 지적대로 대기업들이 외환거래로 환차익을 얻더라도 민간의 자율적 거래를 정부에서 규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 재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에서 기업 외환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며 “기업들에 국가경제를 위해 자제해달라고 당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2006~2007년에도 정부는 환율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자 “조선 업체들의 선물환거래가 환율하락의 주범”이라며 선물환 매도를 자제하라고 기업들을 압박했지만 “관치가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비판만 들은 채 별 효과 없이 끝났다.